자체 판매망을 구축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직판망을 통해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베그젤마는 출시된 지 8개월 만에 발 빠른 영업 활동 등으로 미국 공·사보험 가입자의 35%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달에는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와 야심 차게 내놓은 신약 ‘짐펜트라’ 모두 미국 3대 PBM 중 한 곳과 처방집 등재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이번 등재로 두 제품 모두 미국 공·사보험 가입자 수의 50%에 달하는 고객을 확보했다.
직판망을 깔지 않고 해외 유통사와 협력하면 통상 20~30%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직판망은 초기 관리비가 들더라도 유통하는 제품이 많아질수록 수익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미국에 머물며 현지 의료진에 직접 회사 제품의 강점을 설명하고, 판매 전략을 수립 중이다. 연말까지 의료진 7500명을 만나는 것이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직판망에 새로운 제품을 계속 늘려가며 의미 있는 매출 성과를 거두겠다”고 했다. 셀트리온의 올해 매출 전망치는 3조4400억원이다. 전년 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SK바이오팜도 회사 수장이 직접 판매망을 관리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2022년 12월 취임 후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1년간 방문한 미국 도시만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15곳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올해 SK바이오팜이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영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VC부문 대표는 “신약을 개발해도 해외 판매망을 이용해야 한다면 결국 외국 회사 배만 불려주는 셈”이라며 “국내 회사들의 자체 판매망이 구축되고 거기에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의약품을 싣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차원의 ‘퀀텀점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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