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쇼어가 공급망 전략의 대세가 될 수 있을까? [권영대의 모빌리티 히치하이킹]

입력 2024-04-17 09:35  

이 기사는 04월 17일 09: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세기 초반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의 대량생산 혁명 이후 자동차 업계는 부품사-완성차-딜러-고객 순으로 흘러가는 산업 가치 사슬을 유지해 왔으며,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통해 국가별로 공급망의 일부를 담당하는 범지구적 공급망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산업 가치 사슬 내에서 세분화, 전문화 트렌드로 인해 부품사 역시 티어1, 티어2, 티어 3 등 세분화된 공급 체계를 보유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안정적이고 정교했던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은 전동화와 신냉전 시대라는 2가지 동인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연방은행이 집계하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lobal Supply Chain Pressure Index; GSCPI)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코로나19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대표되는 거시 환경 변화에 따라 공급망 불확실성이 심화됐다.




특히 자동차 섹터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더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EV)로 급격한 전환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배터리, 시스템, 반도체 등 신규 핵심 전장 부품 수요가 발생했다. 그리고 3만여 개에 달하는 내연기관 부품에 비해 약 30% 적은 전기차 부품으로 인해 기존 수요가 대체됐고, 내연기관과 전기차에 모두 사용되는 인포테인먼트와 열관리 시스템과 같은 기존 부품은 오히려 가치가 상승하는 등 공급망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불안정할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기존 공급사의 공급 부족을 경험하고 있는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 전동화 부품 또는 자율주행 부품 사업으로 진출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산기지 이전(Relocation)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으로, 최근 많은 이전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주로 3가지 유형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공급망을 관리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아시아, 동유럽과 같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이전하는 오프쇼어(Offshore), 인접국으로 옮기는 니어쇼어(Nearshore), 해외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다시 이전하는 온쇼어(Onshore)가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들이 미국·유럽과 같은 수요 시장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마켓쇼어(Market Shore)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마켓쇼어란 최종 소비국가로 생산기지를 이동시킨다는 의미로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복귀시키는 온쇼어와는 다른 개념이다. 생산기지를 주요 타깃 시장으로 이전하는 새로운 현상을 마켓쇼어라고 부른다. 특히 한국과 같이 내수시장이 작은 국가에 기반한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본국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최근 국내 한 전기차 모터 핵심소재 공급사는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확장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마켓쇼어의 장단점은 극명하다. 장점은 시장 대응력이 높아진다. 최근 고객 인식 변화, 정책 변화 등 산업환경이 복잡하고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타깃 시장과 동일한 지역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면 시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또한 최근 급등하고 있는 물류비도 일부 절감할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으로 대표되는 자국산업을 우대하는 정책이 향후에도 신설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켓쇼어를 통해 정책 및 인센티브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마켓쇼어 전략에도 단점이 존재한다. 주로 소비국가의 제조 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주요 타깃 시장은 최근 숙련 노동자의 부족으로 인건비가 높으며, 제조업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제조업에 필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전기료 등 유틸리티 비용 또한 타 지역 대비 매우 높다. 여기에 환경 규제와 건축 규제도 복잡하고 엄격해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마켓쇼어 방식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변수는 주요 국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다.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적용 대상과 가능성이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주정부와는 사전에 정의되지 않은 별도의 인센티브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추가 변수로 작용한다. 또 다른 변수는 공장 건설비의 상승이다.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 급증으로 최초 시점에 계획했던 공장 건설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양한 변수와 뚜렷한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마켓쇼어는 한국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전략적 옵션으로 생각된다. 작은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한국 특성상 높아지는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마켓쇼어의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다양한 잠재적 위험 요소와 변수들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과 시장 상황을 반영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야 효과적인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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