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금' 최고가 경신 중인데…'디지털 金' 비트코인 왜 이러나

입력 2024-04-20 11:06   수정 2024-04-26 15:13

비트코인은 하락하는데…금값은 사상 최고치 경신
올해 기록적인 랠리를 지속해오던 비트코인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데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된 영향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7만1000달러선이었던 비트코인은 6만5000달러선까지 하락했다. 이후 실제 이란의 보복이 발생하자 비트코인은 6만 달러 아래까지 추락했고, 현재는 6만3000달러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전쟁 위기의 반사 수혜를 입으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2400달러를 넘어섰고,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시작한 19일에는 트로이온스당 2411.09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이번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글로벌 유통의 핵심지가 끼여있는 사안이라 안전자산 투자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위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과 진짜 금, 두 자산이 전쟁이라는 공통된 이슈를 두고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자,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인 미국 경제학자 피터 쉬프(Peter Schiff)는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도 아니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도 아니다"라며 "그것은 내재 가치가 없는 투기적 디지털 토큰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전쟁 위기 상황에서 왜 하락세를 보인 것일까?
비트코인, 아직 미성숙한 안전자산…큰 변동성도 문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여전히 안전자산의 조건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앤서니 스카라무치(Anthony Scaramucci) 스카이브릿지 캐피털 창립자는 “2020년 1월 이후 미국 달러의 가치가 22% 하락하고, 비트코인의 가치는 3.5배 상승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라면서도 “비트코인이 1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할 때까지는 위험자산처럼 거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진 타이거 리서치 대표는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을 금과 동일선상의 가치 저장 수단 혹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인플레이션과 비트코인 가격 간의 불명확한 상관관계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지적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에서 확실한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돌비콩 고팍스 리서치 파트너 역시 “비트코인은 미완성 상태의 가치 저장,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며 “비트코인은 현재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기술주 성격의 위험자산과 디지털 금이라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성격이 중첩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모두가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금과는 달리 어떤 투자자들에게는 금보다도 유용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어떤 투자자에게는 극단적인 위험자산으로 인식된다는 점이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러·우 전쟁 때는 왜 올랐나?…"과거와 상황 달라"
한편 지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위기 상황에서는 반대로 비트코인이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양국 간 전운이 고조되던 2022년 1월 중반부터 개전(2월 24일) 이후 3월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3만2917달러에서 4만8096달러까지 우상향한 것이다.

김규진 대표는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에는 러시아의 자본 통제로 비트코인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측면이 있다”라며 “이번에는 그런 요인이 없었기에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자산 기피 성향만 부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우 전쟁 당시 러시아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전쟁 자금 모금을 위해 가상자산을 적극 활용한 바 있다.



돌비콩 리서치 파트너는 “둘 다 전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상이했다”라며 “2022년 초에 비트코인은 고점을 터치한 후 급락하는 장세였기에 전쟁이라는 모멘텀이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싼’ 저점 매수의 기회로 인식된 반면, 이번에는 비트코인이 1억 원 수준까지 급등하며 비싸다고 인식된 점도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언젠가는 '금' 같은 안전자산 될까
추후에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영역으로 확실히 들어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과 웹3 산업의 발전에 맞춰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위상도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사용자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자산의 특성을 가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가치 안정성, 실물 경제와의 연계성 강화 등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미국과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등 가상자산의 전통 금융권으로의 편입이 시작되면서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의 변동성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돌비콩 파트너는 "현재 사람들에게 다소 이질적으로 인식되는 가상자산이 더욱 친숙한 자산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라며 "규제 환경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법적 변화와 더불어 블록체인 업계 스스로가 대중화 사례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민 블루밍비트 기자 sonmin@bloomingbit.io
진욱 블루밍비트 기자 wook9629@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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