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과 삼중협주, 꿈만 같아…순수한 베토벤 전할 것"

입력 2024-04-24 18:50   수정 2024-04-25 01:18


마에스트로 정명훈(71·사진)은 2016년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사상 최초로 명예음악감독이 됐다. 1911년 설립된 도쿄필은 NHK교향악단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양대 악단이다. 정명훈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도쿄필을 지휘한다. 다음달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정명훈은 포디엄에 오를 뿐만 아니라 피아노에도 앉는다. 독일 명문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의 동양인 최초 제2바이올린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38), 2014년 파블로카살스국제첼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한 첼리스트 문태국(30)과 함께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다.

24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이지혜와 문태국은 “피아니스트 정명훈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은 꿈 같은 일”이라고 했다. 정명훈은 ‘정트리오’(정명훈 정경화 정명화) 활동을 제외하면 피아니스트로 다른 솔리스트들과 합을 맞추는 일이 많지 않았다. 이지혜와 문태국 역시 지휘자 정명훈과의 공연 경험만 있다. 이지혜는 2011년 서울시향 협연자로, 문태국은 2019년과 2023년 원코리아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으로 연주했다.


문태국은 “지휘자 정명훈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지만 피아노를 칠 때면 굉장히 여리면서도 섬세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정명훈 선생님은 자신이 원하는 음악적 방향성을 명확하게 전하고 악단을 이끕니다. 그게 지휘자로서 강한 모습이라면, 피아니스트로서는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름다운 음악을 담아내죠. 그 소리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어요. 선생님과 함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문태국)

베토벤 삼중협주곡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석 대의 독주 악기가 번갈아 가며 주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솔리스트가 세 명인 만큼 독주 실력뿐 아니라 탁월한 앙상블 역량까지 요구하는 협주곡으로 악명이 높다.

이지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만의 색채로 선율을 만들고, 그 모든 선율이 하나의 음악으로 엮이는 결과물은 분명 다채로울 것”이라며 “솔리스트로서 개성을 지키면서도 파트너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음악이 전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대화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협주곡은 첼로의 존재감이 크다. 기교적으로 까다로운 구간을 소화하고, 모든 악장의 주제를 도맡아서 제시한다. 문태국은 “첼로가 선보이는 첫 주제가 이 작품의 첫인상이 될 수 있기에 부담감이 적지 않지만, 솔리스트가 세 명이란 건 역할의 다양성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조화의 힘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며 “혼자만의 세계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어떤 베토벤을 들려주고 싶냐는 질문에 이지혜는 이렇게 답했다.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전하고 싶어요. 베토벤을 떠올리면 투쟁이나 저항, 불굴의 의지 같은 말을 붙이기 쉽지만 알면 알수록 베토벤이 얼마나 순수하고 감성적인 인간이었는지 느끼게 돼요. 삼중협주곡처럼 장조 작품을 들을 때면 어떤 고민과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이 그가 남긴 밝고 행복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베토벤의 진짜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날 도쿄필 공연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이 함께 연주될 예정이다. 이지혜와 문태국은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들이 정교하면서도 풍성한 음향을 들려준다면 도쿄필은 최고 수준의 앙상블과 정갈한 음향으로 귀를 사로잡는 악단”이라며 “베토벤 교향곡 9번에선 협주곡과는 다른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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