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부르고뉴 품종 섞은 와인…나파밸리 혁신 이끌다

입력 2024-04-24 18:29   수정 2024-04-25 03:05


“나파밸리 빈야드(포도밭)에 ‘K농업’을 뿌리내리겠습니다.” 세실 박 와인포니아 대표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있는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의 친환경 비료 등을 활용한 농법은 나파밸리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 농법을 도입해 중장기적으로 나파밸리 전역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나파밸리의 유일한 여성 와인 메이커다. 연세대 식품생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1년 한국에서 식품회사에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왔다. UC데이비스에서 포도 생산 및 와인 제조를 전공한 뒤 2007년 와인포니아를 설립해 와인 생산과 빈야드 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2014년 론칭한 와인 브랜드 ‘이노바투스’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박 대표는 “아무런 연고도 없이 나파밸리 와인업계에 뛰어든 뒤 ‘10년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살았다”며 “나 자신을 ‘잡초’로 여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이 땅에 뿌리를 내리자’라고 다짐한 결과 와인 브랜드가 10주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이노바투스는 피노 누아와 시라즈 포도 품종을 블렌딩한 ‘쿠베’ 와인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호평받으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박 대표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주요 품종인 시라즈와 부르고뉴 지역의 대표 품종인 피노 누아를 블렌딩하는 것은 일반적인 와인 메이커들이 생각할 수 없는 조합”이라며 “한국인이기에 구대륙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노바투스는 라틴어로 ‘혁신’이라는 뜻이다. 박 대표는 ‘나파밸리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를 떠올리며 이 이름을 지었다. 박 대표는 “몬다비는 구대륙의 기술을 새롭게 해석해 나파밸리의 명성을 높인 장본인”이라며 “같은 이민자로서 몬다비와 같은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을 브랜드에 담았다”고 했다.

이노바투스의 연간 생산량은 1만 병 정도다. 주로 미국, 중국, 한국에서 소비된다. 싱가포르, 캐나다, 영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한글 라벨 등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은 와인도 만들 계획”이라며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몬다비가 오늘날의 나파밸리를 만들었듯이, 한국인으로서 나파밸리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빈야드 관리도 박 대표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그는 “현재 나파밸리와 바로 옆 소노마밸리 일대의 80개 빈야드를 관리하고 있다”며 “좋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도록 시기별 영양 공급, 병충해 관리 등 종합적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중장기 목표는 ‘K파밍(농업)’을 나파밸리에 도입하는 것이다. 그는 “K드라마, K팝 등 한국의 우수한 문화와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한국의 농법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만큼 나파밸리에 K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파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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