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주發 정제염 공급 중단 열흘째…"K푸드 생산 올스톱 위기"

입력 2024-04-24 18:43   수정 2024-04-25 03:01

“당장 며칠은 비축해 둔 재고로 버티겠지만 정제염 생산이 이번주 안에 재개되지 않으면 저희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식품업체가 그야말로 ‘올스톱’됩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24일 열흘째 이어지는 정제염 공급 중단 사태와 관련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고려해 조업이 신속히 재개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울산에 있는 국내 유일 정제염 제조업체의 가동 중단에 식품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으로 공장이 멈춰 서면서 정제염 공급이 아예 끊길 위기에 처한 탓이다. 이제 와서 천일염이나 수입 정제염 등으로 대체하기엔 품질이나 비용 등 문제로 어려움이 크다는 게 식품업계의 호소다.
○국산 정제염 100% 독점 공급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업체 한주의 소금 생산이 중단된 건 지난 15일부터다. 당시 한 잠수 노동자가 산소를 공급하는 에어호스에 의지해 해수 취수관을 정비하다 작업 선박의 스크루에 에어호스가 감기면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사망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1년에 한 번 시행하는 대규모 계획예방정비(오버홀) 중 발생했다. 한주는 1967년 울산석유화학단지에 전기, 증기, 용수 등 유틸리티를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석유화학지원공단이 모태다. 1979년부터 정제소금 생산을 시작하면서 한주로 명칭을 바꿨다. 1987년 대한유화와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의 공동 출자로 민영화가 이뤄졌다. 지난해 매출 8066억원, 영업이익 290억원을 기록했다.

한주는 바닷물에서 정제염을 뽑아내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열병합발전소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고온의 증기를 활용해 정제염을 만든다. 동해에서 해수를 끌어온 뒤 불순물을 제거하고 고압증기 등을 통해 가열과 원심분리 등 작업을 거쳐 인공적으로 소금을 생산해낸다.

이렇게 만든 정제염은 바다에서 자연 건조한 천일염 대비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또 나트륨 농도가 높고 불순물이 거의 없어 순도가 일정한 장점이 있다. 과자와 빵류, 면류, 장류, 김치류 등 거의 모든 식품 제조에 정제염이 쓰이는 이유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대상, 농심, 오뚜기, 롯데제과, SPC삼립, 동원F&B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이 주 고객사다. 2022년 기준 국내 정제염 사용량 17만1467t 중 67%인 11만5610t을 한주가 공급한다. 나머지 5만5857t은 중국 등 해외에서 수입한다.
○재고 떨어진 식품업계 ‘발동동’
식품업계에서는 한주의 소금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다른 원재료와 달리 정제염은 국내에서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보니 업체마다 재고량이 그리 많지 않다”며 “당장 중국산을 들여오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품질과 원산지 표기 등 여러 문제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정제염을 사용할 경우 기존에 국내산 정제염을 활용해 내던 맛과 품질을 그대로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식품업계 견해다. 한 가공식품업체 관계자는 “정제염 원산지 표기를 변경할 경우 미리 확보해 놓은 제품 포장재도 전부 다 교체해야 해 타격이 크다”며 “천일염을 쓰더라도 정제염 대비 가격이 두 배 이상이고 품질도 달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 중”이라고 토로했다.

식품산업협회는 업체들의 이 같은 우려사항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전하고 한주의 조속한 가동 재개를 촉구했다. 농식품부는 협회 의견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고용부 울산지청은 25일 조업가동 승인 심의위원회를 열어 한주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 해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한주는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 당국에 조업 가동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주 관계자는 “작업중지 명령이 해제되면 당장 26일부터 공장 가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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