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D램 거점은 韓"…SK하이닉스, 통큰 투자로 'HBM 왕좌' 사수

입력 2024-04-24 19:06   수정 2024-04-25 02:19

D램은 경기 이천, 낸드플래시는 충북 청주. SK하이닉스가 창립 후 지켜온 생산 전략이다. 이 오랜 전략에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부터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본격 확산하면서 필수 부품으로 꼽힌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해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청주 M15 공장의 빈 공간에 HBM 패키징 라인을 넣기 시작했다. 24일엔 당초 낸드플래시용 최첨단 공장으로 계획된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생산시설이 부족해 HBM 주문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HBM 수요 급증에 결단

SK하이닉스가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바꾼 가장 큰 이유는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HBM은 D램을 8개 또는 12개를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높인 고부가가치 D램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가속기’(데이터 학습·추론을 담당하는 반도체 패키지)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2년 33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HBM 시장은 2026년 23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인 ‘HBM3’, 5세대 ‘HBM3E’ 등 첨단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HBM 큰손 엔비디아와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HBM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HBM3 이상 첨단 제품만 놓고 보면 90% 이상 점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SK하이닉스의 약점은 부족한 생산 능력이었다. HBM 시장을 이끌려면 고도의 기술력은 기본이고 복잡한 공정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D램과 동일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생산시설이 최소 두 배 이상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쏟아지는 D램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생산기지를 포기하면서까지 HBM을 선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생산시설을 먼저 확보해놔야 주문이 들어왔을 때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며 “설비투자 속도는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최첨단 제품 생산
반도체업계에선 이번 M15X 생산 전략 변경이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선 삼성전자 대비 60~70% 수준인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 능력 때문에 “최후의 승자는 삼성전자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SK하이닉스가 HBM 주문을 다 소화할 수 없는 만큼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로 옮겨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자 HBM에 대해선 기술뿐 아니라 생산 능력까지 주도하겠다는 의미란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에 대해 “반도체 공급기지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최첨단 제품’ 생산기지는 한국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CEO)은 “이번 투자가 회사를 넘어 국가 경제의 미래에 보탬이 되는 큰 발걸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만큼 우리 정부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경쟁국의 보조금 정책으로 국내 기업들은 원가 경쟁력 역전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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