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재발을 막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재해 발생 때마다 획일적으로 공장 전체 가동을 장기간 중단시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산안법 자체에도 허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작업중지 명령 요건이 모호하다.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산재가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불가피한 경우’ 등 추상적이다(산안법 55조). 자의적 해석과 판단에 의존하다 보니 근로감독관 재량권이 커질 수밖에 없고,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되고 있다. 감독관에 따라 작업중지 범위, 기간도 들쑥날쑥하다는 게 산업계의 하소연이다. 작업중지 해제 절차가 복잡한 것도 문제다. 작업중지 명령은 근로감독관 재량에 달려 있지만 해제는 감독관 현장 확인 뒤 심의위원회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해제 신청 전 근로자 의견 청취, 개선 조치 및 실태 점검 등을 감안하면 모두 다섯 단계를 밟아야 한다. 이 때문에 작업중지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2020년부터 3년 동안 작업중지 해제에 평균 40.5일이나 걸렸다.
이는 산업계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등 대형 사업장은 작업이 중단되면 재가동할 때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3년 전 골재회사의 5개월 넘는 작업중지로 건설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제라도 산업 현장의 애로를 다각도로 수렴해 모호한 작업중지 명령 요건을 보다 구체적이고 일관된 기준으로 바꾸고, 해제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법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재해 방지가 목적이 아니라 기업 벌주기로 악용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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