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집값·임금 다 뛰었다…"Fed, 금리인하 논의 무기한 중단"

입력 2024-05-01 18:31   수정 2024-05-09 16:19


미국의 임금과 주택 가격 등 물가 관련 지표의 상승 폭이 일제히 가팔라졌다.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Fed의 금리 인하 논의가 무기한 중단됐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근로자 임금 대폭 상승

미 노동부는 30일(현지시간) 지난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전 분기 대비 1.2%(계절 조정 기준)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0.9%)보다 오름폭이 가팔라지면서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4.2%나 올랐다. ECI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비롯해 의료보험과 연금 등 복리후생비용을 포괄해 산출하는 지수다.

ECI 상승 폭이 커진 것은 운송 및 창고업, 도매업, 교육 서비스 분야 등의 근로자 임금이 크게 오른 여파다. 주정부와 지방정부 근로자 임금이 전년 대비 5% 올랐고,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 임금도 6.3% 상승하며 전체 비용 증가를 이끌었다. 고용 비용 증가는 기업 이윤 감소,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근원인플레이션(식품·에너지 가격 제외)을 예측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마이클 퓨글리시 웰스파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작년 이맘때부터 인플레이션이 둔화했지만, 올해 1분기에 이 추세가 멈췄음을 시사하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 상승세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2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6.4%를 기록하며, 직전 달(6.0%)보다 가팔라졌다.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7.3% 상승했다. 샌디에이고는 집값이 1년 사이 11.4% 급등해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로런스 윤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N방송에서 “주택 소유자들이 과거 받은 낮은 대출금리를 유지하고 싶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냉각되는 美 경기 지표
경기 지표가 이날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커졌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1.1포인트 하락한 49.2에 그쳤으며, S&P가 집계한 같은 달 제조업 PMI(확정치)는 50으로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 구인·이직보고서(JOLT)에 따르면 4월 구인 건수는 848만4000건으로 예상치를 밑돌며 전달(875만6000건)에 비해 감소했다. 이는 2021년 3월 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 수석전략가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시장 관계자들이 잠재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증시에 미칠 영향을 간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시장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CB)가 조사한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달 103.1에서 이달 97.0으로 하락하며 2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신뢰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나 피터슨 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식료품값과 기름값 상승을 가장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해져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Fed의 기준금리 최초 인하 시기는 기존 9월에서 11월로 미뤄졌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이날 폭스비즈니스 방송에서 “Fed의 금리 인하 논의는 무기한(indefinitely) 일시 중지 모드”라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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