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HK이노엔 "136조 비만약 잡아라"

입력 2024-05-06 17:42   수정 2024-05-07 01:33

국내 제약사들이 비만약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급성장 중인 비만약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등이 임상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위식도역류성 치료제 신약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HK이노엔도 도전장을 냈다. 주사제형을 경구용·패치형으로 개량하거나 해외 기술 도입으로 개발 단계를 단축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한미약품·HK이노엔, 속도 경쟁
6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중국 바이오 기업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에크노글루타이드’를 도입했다. 이는 중국에서 임상 3상 중인 물질이어서 빠르게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국산 비만약은 한미약품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GLP-1 계열 약물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시작했다. 2026년 상반기 임상을 마무리하고 3년 안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미약품은 2월 또 다른 비만약 후보물질 ‘HM15275’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현재 가동 중인 비만 프로젝트만 총 5개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비만약 후보물질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1000억원 규모로 비만약 후보물질 ‘YH25724’를 이전했다. 올해 임상 1상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경구용·패치형으로 차별화
비만약 시장은 제약산업의 최대 격전지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주도하는 이 시장에 미국 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암젠 등이 뛰어들었다. 글로벌 제약사와 맞대결하기 어려운 국내 제약사는 경구용, 패치형 등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구용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기존 피하주사 형태인 비만약보다 투약 편의성을 높여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캡슐 형태의 먹는 비만약을 만들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디앤디파마텍은 글로벌 제약사 멧세라와 손잡고 경구용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도 경구용 비만약 임상에 들어갔다. 경구용 비만약이 시장 판도를 또 한 번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사제를 패치형으로 개발하는 곳도 있다.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두께의 미세한 바늘을 패치에 붙여 피부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패치형 비만약의 임상 1상을 시작한다. 2028년 상용화가 목표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전문기업 라파스와 공동으로 패치형 비만약 ‘DW-1022’를 개발하고 있다. 3월 국내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전 세계 비만약 임상 2000건 넘어
비만약 시장은 신약 개발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지난해 8조원에서 2030년 약 136조원 규모로 커질 예정이다. 지난해 위고비와 젭바운드 매출이 각각 39조원, 19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다면 이 수치는 더 상향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임상정보 등록 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GLP-1 계열 약물 임상은 2000개 이상이다. 임상 3상 이상 단계도 100개가 넘는다.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방증이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출시된 비만약이 공급난을 겪고 있는 것은 후발주자에게 기회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규모로 성장하는 비만약 시장에서 후발주자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환자의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 등 차별화되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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