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은 PEF'에 인질 잡힌 M캐피탈…유동성 위기에도 속수무책

입력 2024-05-10 12:05   수정 2024-05-13 10:01

이 기사는 05월 10일 12: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총 자산 규모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10위권 캐피탈업체 M캐피탈(옛 효성캐피탈)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자본시장 호황기 때 막무가내로 발행했던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다. 당장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도 M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는 M캐피탈을 살리는 것보다 자신의 운용사(GP) 자리를 지키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T리더스의 몽니에 M캐피탈이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동성 위기 직면한 M캐피탈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캐피탈이 이달 말까지 상환해야할 차입금은 2191억원에 달한다.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 1500억원, 전자단기사채·기업어음(CP) 140억원 등이다. 그동안엔 여전채를 추가 발행하고 자산을 유동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차입금을 막아왔지만 이미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당장 추가 자금을 수혈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이달 말 기준 잔여 현금이 바닥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M캐피탈의 재무구조가 이렇게 망가진 건 2020년 말 ST리더스가 새마을금고를 등에 업고 M캐피탈을 인수한 이후부터다. ST리더스는 당시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약 3800억원에 M캐피탈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때 새마을금고가 최대 출자자(LP)로 1500억원을 출자했다. ST리더스가 인수한 뒤 M캐피탈은 사실상 새마을금고의 2중대 역할을 했다. 새마을금고가 선순위로 투자하는 곳에 후순위로 들어가 힘을 보태거나, 새마을금고가 점찍은 투자처에 대신 투자를 했다. ST리더스가 인수하기 전인 2020년 말 3328억원에 불과하던 투자금융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2098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투자 자산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발행했던 여전채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며 M캐피탈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만 약 8500억원에 달한다. 여전채를 돌려막기도 쉽지 않다. 재무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발행 금리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가 터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 M캐피탈의 여전채 발행 금리는 6%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 금리가 높아진 것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M캐피탈이 발행하는 채권 투자를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자금난이 가중되기 시작했다"며 "회사채 만기가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상반기 내 적절한 수준의 자금 수혈이 이뤄져야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ST리더스 반대에 자금 조달 난항
새마을금고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M캐피탈을 구해내기 위해 추가 자금 투입을 추진했다. NH증권과 손잡고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의 사모대출 펀드에 출자해 M캐피탈의 투자 자산을 담보로 약 2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대출해줄 계획이었다. 단 새마을금고는 M캐피탈의 GP 교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ST리더스는 M캐피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새마을금고 관계자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문제가 된 곳이다. 이 사건으로 새마을금고 관계자와 M캐피탈 관계자는 법정 구속됐다. 새마을금고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최원석 ST리더스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마을금고가 ST리더스가 최대주주인 M캐피탈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새마을금고의 입장이다.

GP 자리를 지키길 희망하는 ST리더스는 GP 교체를 전제로 하는 자금 지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제시한 금리가 너무 높고, GP 교체를 전제로 하는 차입은 배임 이슈 등으로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ST리더스는 최근 펀드 사원총회 자리에서 새마을금고의 자금 지원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새마을금고는 LP 전원의 동의를 받아 ST리더스의 GP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VIP자산운용 등 일부 LP가 반대해 이마저도 무산됐다.

ST리더스는 새마을금고의 도움을 받는 대신 자체적으로 M캐피탈의 투자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수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M캐피탈이 당면한 상황을 감안하면 새마을금고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자체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법 리스크가 있는 ST리더스에 자금을 대는 투자건이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ST리더스 관계자는 "M캐피탈이 GP 교체를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받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업무상 배임이라는 법률 의견을 로펌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마을금고보다 좋은 금리 조건을 제시한 복수의 증권사가 있어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새마을금고가 M캐피탈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만 제외해준다면 출자자인 새마을금고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길 여전히 희망한다"고 했다.
"운용 보수 받기 위해 결사항전"
ST리더스는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동시에 M캐피탈의 매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 M캐피탈을 인수할 때 조성했던 프로젝트펀드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ST리더스가 소란스럽게 매각 작업을 추진하는 것 역시 GP 자리를 지키기 위한 주도권 싸움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재무 건전성이 망가진 M캐피탈을 당장 제값을 받고 팔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M캐피탈을 인수할 때 후순위로 1500억원을 투자한 새마을금고는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하루빨리 M캐피탈에 자금을 수혈해 재무구조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ST리더스가 버티고 있어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ST리더스가 M캐피탈을 인수할 당시 자금을 출자하는 대신 우선매수권을 받았지만 이 역시도 지금으로선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다. 새마을금고 자체가 경영 악화로 M캐피탈을 인수할 처지가 아닐뿐더러 '불법 리베이트' 사건으로 엮여 있는 ST리더스로부터 지분을 사오는 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자본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인 ST리더스가 펀드 운용 보수라도 받아 챙기기 위해 GP 교체 움직임에 결사항전하는 모양새"라며 "ST리더스로 인해 M캐피탈에 자금 수혈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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