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인사동 골목에 있는 ‘853’이라는 곳에서 지인들을 만났다. 목살·삼겹살·등겹살·항정살 등을 판매하는 고깃집인데, 한옥풍 외관 말고는 특별한 게 없어 보였다. 1시간여 이야기를 나누다 주변을 둘러봤다. 이게 웬일인가. 10개 남짓한 테이블에 한국인은 우리 일행뿐이고, 다른 손님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K-BBQ 맛집’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소주잔을 부딪치며 돼지고기구이를 즐기는 이방인들의 모습에선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뭐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인사동이니까’라고 생각하고 말았다.무엇보다 유통·여행·레저업계에 화색이 돈다. ‘K뷰티 성지’로 불리는 CJ올리브영이 ‘관광상권’으로 분류해 놓은 전국 60개 매장에선 이달 첫 주 외국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배 이상(221%) 급증했다. 뷰티 제품을 쓸어 담는 쇼핑 열기가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도심과 여의도, 강남의 주요 백화점은 특수까지는 아니어도 ‘외국인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급호텔은 객실 예약률이 치솟았고, 영종도와 제주의 복합카지노리조트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풍성해진 K콘텐츠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원동력이다. 외신들은 한국의 매력이 K팝에 푸드, 뷰티, 패션 등이 가세한 ‘K웨이브’로 진화했다고 진단한다.
과거 정부마다 관광진흥을 외쳤다. 그러면서도 걸맞은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관광은 늘 후순위였다. 작년 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지만, 강력한 조정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재개한다고 한다. 시급한 정책 현안이 여럿이겠지만, 내수 기여도가 높은 관광도 주제로 다뤄볼 만하다. 관련 업종 종사자와 외국인도 참여시켜 아이디어를 얻으면 좋겠다.
어떤 정책 과제든 왕도는 없다. 관광 분야도 꾸준한 관심과 정부 지원이 쌓여야 ‘방한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도 가능하다. 외국인이 줄 서는 인사동 853과 같은 식당이 전국 곳곳에 생겨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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