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공사 하겠나"…KT '뒤통수 소송'에 업계 '화들짝'

입력 2024-05-16 06:29   수정 2024-05-16 11:09


쌍용건설과 KT의 공사비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하자 건설업계가 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쌍용건설에 KT가 '소송'으로 맞서면서, 향후 KT와 건설사간의 공사비 갈등을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KT는 옛 전화국부지를 비롯해 보유하고 있는 토지들이 많다. 여기에 오피스텔이나 사옥, 데이터센터 등의 공사가 있다보니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굵직한 시행사로 꼽힌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경기 판교 신사옥 시공을 맡은 쌍용건설에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음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쌍용건설은 2020년 KT 판교 신사옥 건립 사업을 수주해 967억원 규모 공사비 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주요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가격은 2020년 초에 비해 30%가량 상승했고,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월 118.30에서 2022년 150으로 높아졌다.

이에 쌍용건설은 KT에 공사비 상승분 171억원 분담을 요구했고, KT는 물가 변동금지 특약을 이유로 거부했다. 해당 특약은 계약 후 입찰 당시보다 물가가 올라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쌍용건설은 증액 사유가 천재지변에 가까웠다며 건설산업기본법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건산법 제22조 5항 1호에 따르면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물가 변동금지 특약을 무효로 돌릴 수 있다.
양사 합의 기대했던 건설업계…소송전 비화에 주목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올해 3월 광화문 본사 시위를 준비하던 중 KT로부터 공사비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 시위를 연기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건설업계에서는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KT가 공사비 분쟁을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소송 결과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쌍용건설이 KT 내부 검토를 기다리는 사이 KT가 별도 통보 없이 소송전을 발표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뒷통수 소송'이라는 해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쌍용건설과 협의가 결렬돼 소송을 한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KT가 일방적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소송을 공개한 것이었다"며 "이건 계약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이 정도면 KT가 시공사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쌍용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까지 아우르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KT가 발주한 모든 현장에 물가 변동금지 특약이 걸려 있다"며 "KT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건설사에 대한 선전포고…KT 공사 하겠냐"
한신공영은 KT에스테이트와 계약을 맺고 부산 동구 초량 오피스텔을 시공했다가 약 141억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해 국토부 건설분쟁 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현대건설도 광화문 KT 사옥 리모델링 공사에서 300억원 규모 추가 공사비가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건설은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자양1구역 재개발)' 관련해 KT에스테이트와 1000억원대 공사비 증액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도 오는 9월 준공을 목표로 광화문 KT 사옥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이 현장에서도 300억원가량의 추가 공사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DL건설은 KT클라우드가 발주한 서울 금천구 '가산아이윌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추가 공사비 투입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 현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이 향후 KT 공사를 꺼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KT가 데이터센터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기에 아직 눈치를 보는 건설사들도 있다"면서도 "KT 현장마다 공사비 분쟁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누가 공사를 맡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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