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손보는 美 "20년 공급 계획 세운다"

입력 2024-05-14 18:16   수정 2024-05-15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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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 규제 당국이 10여 년 만에 전력망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전기자동차 등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모든 것의 전기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열풍으로 폭증하는 전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산업 공급망을 육성하기 위해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효과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기 전력망 계획 세워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13일(현지시간) “전력망 계획 및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FERC가 전력망 규칙을 개정한 것은 13년 만이다. 지난 2년간 자료 수집과 의견 수렴 등을 거쳤다. 공화당 의원은 반대했으나 민주당 의원 2명이 찬성해 2 대 1로 가결됐다.

미국에선 발전 유틸리티와 지역별 전력망 운영 사업체가 동부, 서부, 텍사스 등 구획별로 나뉜 전력망을 관리하고 있다. 이번 연방 규칙은 텍사스 전력망을 제외한 동부와 서부 전력망에 적용된다. FERC는 “전력망 확장 속도가 더딘 가장 큰 이유는 사업자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발전 프로젝트 개발업체가 기존 전력망에 연결을 요청하거나 전력망의 안정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 규칙은 전력망 운영사가 앞으로 2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원 다변화, 기상이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전력망 용량이 부족한 지역 등에서 추진하는 필수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허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전력망 운영사는 신규 전력망의 이점을 평가해 기업, 가정 등 전기 소비처와 발전사가 전력망 확충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방안도 고안해야 한다. 초기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기존 송배전선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은 전류를 전달할 수 있는 초전도케이블 등의 설치를 유도하려는 구상이다.

윌리 필립스 FERC 위원장은 미국이 “(IRA, 반도체법 등에 의한) 제조설비 급증, 데이터센터 확대,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과부하가 빈번해지는 시기에 들어섰다”고 했다. 이어 “미국 전력망의 신뢰도와 경제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더 빨리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건설 중인 고압 전력선이 충분하지 않아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처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에 연결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풍, 산불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정전 위험도 커지고 있다.
IRA 효과 탄력받나
FERC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전력계통에 연결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발전·전력저장 프로젝트가 2022년 기준 2000건을 넘어섰고, 이들의 평균 대기 시간은 최소 5년 이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IRA가 발효된 이후) 에너지 기업들이 1만1000개 이상의 풍력, 태양광, 배터리저장장치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용량이 충분하지 않아 많은 프로젝트가 답보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부도 거들고 있다. 에너지부는 지난달 연방 소유 토지를 통과하는 주(州) 간 송전선에 대한 환경영향 검토를 직접 맡을 것이며, 2년 이내에 필요한 허가를 내주겠다고 발표했다. 에너지부는 2035년까지 청정 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주 내 송전용량은 2배로, 주 간 송전용량은 5배로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송전망 개선을 위해 2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전력망 확충은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IRA 도입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미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전력망 확충 속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IRA에 의한 탄소배출량 감축 기대분(입법 효과)의 80% 이상이 손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산에 멋진 풍차가 있어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친환경 전기를) 실어나를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송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리안/김인엽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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