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는 이번에도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반도체산업을 겨냥했다. 2022년 10월 대중국 수출 통제를 실시한 데 이어 관세율을 두 배로 올리기로 했다.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25%에서 50%로 올라간 뒤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중국 정부가 구형(레거시) 반도체산업을 지원하면서 중국의 점유율이 올라가고 생산 능력이 확대됐다”며 “이로 인해 미국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어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중국 반도체 관세율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국제무역센터(ITC) 통계 자료를 토대로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 내 주요 국가별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중국산 반도체 점유율은 11.7%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소재와 장비도 고율 관세 목표로 삼았다. 태양광 전지와 철강, 알루미늄, 항만 크레인 등이 대표적이다.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광물·부품 관세율은 7.5%에서 25%로, 태양광 전지는 25%에서 50%로 올린다. 주사기(0%→50%)와 특정 호흡기, 개인 보호장비(0~7.5%→25%) 같은 의료용품 관세율 조정도 올해부터 적용한다. 모든 품목의 구체적인 관세율 인상 시기는 USTR이 별도로 정한다.
백악관은 “중국의 반시장적 정책이 중국의 과잉생산에 일조해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올 들어 대선이 다가오면서 입장을 바꾸고 있다. 대선 승패를 결정할 경합주를 중심으로 중국에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하면 중국산 관세율을 6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또 현재 관세율에 10%의 추가 관세를 더 매기는 ‘보편 관세 10%’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관세율 인상에 포함된 중국산 품목이 미국에 수입된 액수는 지난해 기준 180억달러(약 24조6000억원)로 전체 중국산 수입액(4270억달러)의 4% 수준에 그친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발표가 전해지기 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한 일방적인 부가 관세에 반대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정당한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인설/베이징=이지훈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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