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주택 4층 이하로 지어선 사업성 없는데…"

입력 2024-05-15 17:32   수정 2024-05-16 00:35

내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시니어레지던스(노인복지주택)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꼽히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공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대를 목적으로 짓는 노인복지주택이 도시계획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각종 건축 규제에 가로막혀 있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자연녹지지역에 설치할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이 최대 4층 규모로 제한된다는 게 공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업계는 노유자시설 건축이 가능한 도심지 인근 자연녹지지역에 노인복지주택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자연녹지지역은 땅값 부담이 작아 비교적 저렴하게 노인복지주택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높이 제한이 문제로 꼽힌다. 자연녹지지역은 높이가 4층 이하로 제한된다. 건폐율과 용적률도 각각 20%, 100% 이하다. 해당 지역에선 저층 타운하우스 형태의 노인복지주택만 공급할 수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실버타운의 장점은 의료시설과 커뮤니티 시설 등을 한곳에 모아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육중한 저층 분산형만 가능하면 운영이 힘들어 건설사와 운영사가 사업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이 속한 사회복지시설을 도시계획시설에 다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은 현행법상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돼 특정 용도지역에서 건축물의 종류나 규모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2010년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구조·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분양 또는 임대가 목적인 사회복지시설은 도시계획시설에서 제외됐다. 의료시설과 영리시설을 한 곳에 모아 10층을 웃도는 중층으로 지을 길이 막힌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 노인복지시설 현황’을 보면 2022년 노인복지주택 규모는 전국 39곳, 8840가구에 그친다. 규칙 개정 이후 10여 년째 자연녹지지역에 노인복지주택이 공급된 사례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만큼 공급하려면 약 22만 가구가 필요하다는 통계가 있다”며 “제도 완화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주도와 민간사업 참여로 노인복지주택이 신속하게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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