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대표 기업인 빈그룹의 전기차 자회사 빈패스트가 지난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것은 이 같은 베트남의 야망이 ‘꿈같은 얘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스팩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이긴 했지만, 빈패스트의 시가총액은 한때 현대자동차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빈패스트의 지난해 매출은 11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1% 늘었다. 전기차 판매량은 3만4855대로 전년 대비 다섯 배 증가했다.
반도체 공급망의 한 축이 되겠다는 전략도 적극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노이 신도시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연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아직 휴대폰 및 가전 제조와 관련된 연구 인력 중심이지만, 향후 반도체 패키징 등에 대한 연구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OTRA 관계자는 “베트남은 중국 공산당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국 동해(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분쟁 중”이라며 “미국과 중국 양쪽을 오가며 실리를 챙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부상 중이다. CNBC 등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를 비롯해 혼다, 닛산, 미국의 포드,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태국을 동남아 전기차 거점으로 선정했다. 중국의 비야디(BYD)도 태국 라용에 전기차 공장을 지난해 신축했다. 태국 정부가 발 빠르게 전기차(EV) 전환을 추진한 결과다. 지난해 태국 정부는 전기차 전환 프로젝트인 ‘EV 3.0’의 연장선인 ‘EV 3.5 정책’을 발표했다. 전기차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태국산 전기차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주요 원자재인 니켈 매장량 세계 1위(지난해 기준)라는 이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광물을 가져가려면 배터리 관련 산업을 인도네시아에 뿌리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아예 금지했다. 제련 및 정련 등 니켈 공급망을 독점하겠다는 취지다.
인도네시아가 니켈 공급을 통제하면서 해외 완성차 기업들이 연달아 인도네시아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글로벌 광산업체 글렌코어는 지난해 6월 벨기에의 2차전지 업체 유미코어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90억달러를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니켈 채굴부터 배터리 생산까지 한곳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도 인도네시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포드는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와 손잡고 4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필리핀에선 조선업계가 다시 호황을 맞았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지정학적 위기를 조성한 결과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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