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일석 교수는 “가족 중에 고혈압을 비롯한 심뇌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위험 혹은 혈압이 높다고 한다면 젊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며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적어도 한 번 이상 추가로 혈압을 측정했는데도 135/85㎜Hg 이상 유지된다면 근처 병원 혹은 보건소를 찾아 상담해볼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혈압은 고정된 수치가 다르다. 하루 중 언제 혈압을 재는 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뿐 아니라 날씨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 각종 조건에 따라 계속 변한다. 심지어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도 병원만 가면 혈압이 상승하는 ‘백의고혈압’도 있고, 병원 밖에서는 혈압이 높게 나오지만 진료실에만 들어가면 정상으로 나오는 ‘가면고혈압’도 있다. 따라서 한 장소에서만 혈압을 재거나, 가끔 재는 것만으로는 정확한 고혈압 진단이 어렵다.
손 교수는 “자기 혈압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여러번 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집에 혈압계를 두고 측정하는 것도 좋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외출 시 여러 장소에 비치된 혈압계르 틈틈이 재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최근에는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곳도 있으니 대중교통을 기다리며 5분 휴식 후 혈압을 측정해보는 등 자주 재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고혈압으로 위협받는 건 혈관이나 심장 건강뿐만이 아니다. 높은 압력 때문에 혈관이 손상되면 3대 사망원인 중 하나인 뇌혈관 질환도 생길 수 있다.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도 동맥경화로 인해 치명적인 심·뇌혈질관이 생겨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로 부르는 이유다.
고혈압으로 사망하는 세계 인구 수는 매년 1000만명에 달한다. 손 교수는 “한 세계적 의학 학술지에 따르면 204개 국가를 대상으로 286가지의 사망 원인과 87개의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세계 사망 기여도 1위 질환은 고혈압”이라며 “고혈압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간이 오래되면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 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약물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생활습관 개선이다. 생활습관을 어떻게 달리하느냐에 따라 약의 용량이나 개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실제 진료를 보던 환자 중 담배를 끊고 식이·운동요법으로 건강을 되찾은 사례가 있다”며 “혈압약 복용을 중단하고서도 130/80㎜Hg 정도로 혈압을 잘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혈압 위험인자를 일상에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약물치료는 생활요법에 추가되는 치료 정도로 추가적인 강압 효과를 얻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고혈압 예방은 적극적인 유산소 운동이나 건강한 식단(저염식, 육류는 피하고 야채 위주의 식단), 체중감량, 금연, 절주 등 건강한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가능하다.
특히 젊은 층은 고혈압 및 심뇌혈관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비만·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 더욱 고혈압에 대한 관심과 주기적인 측정,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가 필요하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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