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종 '김정은 평화쇼' 두둔한 文 회고록

입력 2024-05-19 18:03  

회고록이 아무리 주관적 시각을 담는다고 해도 이렇게 일방적, 편향적이어도 되나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얘기다. 문 전 대통령은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핵은 안전 보장을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는 김정은의 말을 전하면서 그의 비핵화는 진심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문재인 정부 첫 남북한 정상회담을 5개월 앞두고 6차 핵실험을 한 뒤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실현’을 선언했다. 이걸 보고서도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믿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북한은 2021년 1월 전술핵무기와 핵탄두 생산을 과업으로 내세웠고, 핵 법제화로 이어갔다.

문 전 대통령은 미·북 간 하노이 회담 ‘노딜’ 책임을 미국 대통령 참모들에게 돌리며 김정은이 내놓은 영변핵단지 폐기를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전역에 산재한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고스란히 둔 채 낡은 영변만 폐기한다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 김정은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성의있는 비핵화 조치라고 했지만, 이미 일부를 복구해 위장술임이 드러난 마당이다. 9·19 군사합의에 대해 역사적이라고 했으나 북한은 잉크도 마르기 전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군사적 충돌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던 시기가 딱 노무현·문재인 정부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와 1차 핵실험으로 동북아를 초긴장으로 몰아간 것이 노무현 정부 때다. 문재인 정부 때 우리 공무원이 북한 군에 피살되고 시신이 소각당했는데도 관련 기관들이 은폐에 급급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항의 한번 못해 놓고 이제 와서 “언젠가 다른 정부가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한 것도 어이 상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도 사실상 파기해 놓고선 정부 간 연속성을 중시했다는 식의 주장에선 어안이 벙벙하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예의 바르다” “솔직하다”고 치켜세웠을 뿐만 아니라 미·북 핵 협상 과정에서 시종 그의 입장을 두둔했다. 북한의 숱한 위장 평화쇼에는 눈을 감은 채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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