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87만원 주면서 "까라면 까"…MZ 軍 간부들 '대탈출'

입력 2024-05-21 09:56   수정 2024-05-23 09:05



# 육군 특수부대를 작년 8월에 중사 계급으로 전역한 윤모씨(30)는 장기 근속하라는 권유를 거절했다. 윤씨는 ‘까라면 까’라는 식의 여단장 명령을 받고 사표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병사들의 극단적 선택 시도를 막기 위해 부대 내 모든 나뭇가지를 자르라고 지시받았다. 윤 씨는 “몇 주 동안 작업을 하면서 내 미래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동안 전역하는 20~30대 젊은 군 부사관과 장교가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진적 조직문화, 만족스럽지 않은 처우 등으로 직업군인의 길에 발을 내디딘 이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떠나려는 MZ 군 간부, 갈수록 늘어난다
21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한 군 간부는 9481명으로 2013년(5630명)과 비교했을 때 1.68배 늘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7000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전역군인 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9000명대를 돌파했다.

특히 MZ 세대인 초급 간부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진다. 5년 이상 10년 미만 근무자 ‘중기복무 제대군인’의 수는 2022년 2999명에서 지난해 4061명으로 1년 새 29.7% 급증했다. 군 관계자는 “장교보다 부사관들의 이탈율이 높다”며 “장기 근속을 포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젊은 간부들이 군을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로 비합리적인 지시사항을 꼽았다. 최근 일선에선 간부들이 멀쩡히 썼던 아이폰을 갤럭시로 바꾸거나 몰래 쓰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가 다음 달부터 ‘국방모바일보안’ 앱이 설치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라고 지시해서다. 아이폰에선 이 앱을 사용 할 수 없다.
긴 업무시간, 낮은 경제적 보상…미래 없어 떠난다
턱없이 낮은 월급도 젊은 군 간부들이 전역하려는 주된 이유다. 올해 하사 1호봉은 월 187만7000원으로 2021년(166만1200원)에 비해 6% 상승했다. 이 기간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약 12%를 기록했다. 월급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으며 가만히 있어도 월급이 깎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사의 시간외근무수당도 최저임금(9860원) 수준으로만 준다. 인상률도 똑같다. 중사 전역 후 헬스장 트레이너를 하는 윤씨는 “퇴직 전 받은 월급이 200만원 초반”이라며 “전역 후 월급이 3배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초급 장교들도 업무량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턱없이 낮다고 하소연한다.



중위 박 모씨(26)는 “오후 3시 반부터 다음 날 아침 8시 반까지 꼬박 당직근무를 서도 2만원밖에 못 받는다”며 “식대도 제공되지 않아 저녁밥과 아침밥은 내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고 한탄했다. 밤샘근무를 한 후 4500원짜리 밥을 두 번 사 먹고 나면 박씨의 주머니에 남는 돈은 만 원 남짓이다.
간부는 누가 챙기나...사병과 역차별 호소
일반 사병만 챙기려는 문화가 확산하며 오히려 군간부들이 역차별받는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군이 기존 130만 원 수준인 병장 월급을 내년까지 200만원 수준으로 늘린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하사 월급과 유사해지는 꼴이 됐다. 하사 전역자 조모씨(26)는 “치솟는 병사 월급과 달리 간부 월급은 사실상 그대로인 것에 화가나 전역을 결심한 초급 간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병사와 충돌이 있을 경우 간부의 진급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병사들의 잡무까지 간부가 떠맡는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현역 부사관 송모씨(26)는 “병사가 할 수 없는 기계 정비를 부사관이, 이외 서류 정리나 사무실 청소같은 잡무를 사병이 각각 나눠 맡았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병사들이 ‘부당 업무’라고 이의제기하면서 졸지에 부사관이 모든 일을 떠맡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Z 군간부들의 이탈을 줄이기 위해선 간부 처우와 군 조직문화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와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인해 초급 간부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군 인력 수급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민간기업들이 추진하는 선진적 조직문화를 일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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