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관사에 월급은 역차별…1년새 사단급 규모 軍간부 짐쌌다

입력 2024-05-24 18:29   수정 2024-06-03 16:01


강원 양구군의 한 육군 부대에서 부사관으로 5년간 복무하다 최근 전역한 조모씨(26)는 “숙소 보일러가 고장 나 겨우내 찬물로 샤워했고, 건강도 나빠지다 보니 군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군에서 5~10년 경력을 쌓은 중기 복무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이 대거 군을 등지고 있다. 이들은 민간기업과 갈수록 벌어지는 급여와 1970~1980년대 주거 환경, 상대적 박탈감 등을 주요 사유로 꼽았다. 경직된 군대 문화를 인내하며 진급을 기대하기보다 민간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겠다는 것이다.
○“행군 대신 차라리 택배·대리기사”

현직 군 간부들은 업무량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턱없이 적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최근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이 현실화하면서 부사관과 중견 간부 장교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부사관은 최저임금(시간당 9860원) 수준의 초과근무 수당을 받는다. 이들 사이에선 “당직근무, 5분 대기조 근무를 하고 수당을 기대하는 것보다 민간에서 대리를 뛰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작년 8월 중사로 전역한 뒤 헬스장 트레이너와 배달업 등을 하는 윤모씨(29)는 “전역 후 월급이 3배 올랐다”고 했다.


현역 육군 중위 박모씨(26)는 “오후 3시 반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반까지 당직근무를 서도 수당은 2만원가량에 불과한데, 사고가 나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열악한 주거지도 군인들이 군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전국 3157개소(총 6만6009가구)의 군인아파트 중 지은 지 20년을 넘은 곳이 1440개소로 전체의 45.6%에 달한다. 4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도 34곳이나 된다. 초급 간부는 곰팡이 핀 독신자 숙소, 관사를 배정받는 일도 흔하다.

결혼 예정자와 주택 문제로 갈등을 빚은 끝에 자비를 들여 부대 밖에 집을 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북에서 근무하는 중위 김모씨(27)는 “수년간 독신자 숙소와 관사가 열악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전방 숙소 사정은 그나마 개선됐지만 후방에는 여전히 상태가 나쁜 숙소가 많다”며 “군 조직 특성상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근 수년간 병사 처우와 인권이 강조되면서 간부들은 오히려 역차별받는다고 호소한다. 한 부사관은 “부사관은 초급 간부로서 분대 등 현장 병사들의 리더라고 교육받았는데, 실상은 사고 때 책임지고 전출을 나가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했다.
○빈자리에 ‘인력 품앗이’ 훈련
중간 간부가 대거 군을 떠나면서 부대 현장에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각종 군사훈련과 경계 작전이 잦은 전방 부대에선 남은 간부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기존에 병사·초급 장교가 하던 업무를 중견 장교 이상이 해야 하는 일이 잦아졌고, 피로 누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10년 차 한 해군 장교는 “훈련에 필요한 작전 수는 그대로인데 갈수록 병사·부사관이 부족해 배를 띄우기 버거울 지경”이라며 “기존 장병들이 출동 횟수를 늘릴 수밖에 없어 군에 남은 이들의 피로와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부사관 이탈률이 높은 일선 부대는 무기체계를 운용할 사람도 부족한 상황이다. 강원도의 한 기계화보병사단 전차의 보직률(충원율)은 60~70% 선에 그치고 있다. 최신예 장갑차 기동훈련을 할 때는 옆 중대에서 포수나 조종수를 빌려오는 ‘품앗이’까지 빚어지고 있다. 보병 간부가 장갑차 임무를 맡는 ‘땜빵 훈련’도 잦아졌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중견 간부 이탈과 전력 약화를 막으려면 획기적인 수준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영곤 한국국방연구원은 “병사 복무 대비 장교의 책임 범위는 넓어졌지만, 복지와 급여 등 보상 수준은 턱없이 낮다”며 “미군은 정규군 보상에 민간 부문 중위값(50분위)보다 높은 70분위를 명시적 목표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런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동현/조철오/안정훈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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