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재미 찾기'에 중독되다

입력 2024-05-26 17:55   수정 2024-05-27 00:15

넷플릭스 시리즈물 ‘더 에이트 쇼’는 ‘재미’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재미있어야 한다. 8명의 주인공이 끊임없이 재미를 ‘만들지’ 못하면 상금을 잃는 극 중 게임의 규칙 때문이다. 코로 리코더를 부는 귀여운 장기자랑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생존을 위한 더 자극적인 재밋거리가 필요해진다. 결국 재미를 위한 자극은 상대방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할 정도의 비인간적인 수준으로 치닫는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에게 재미가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게 한 건 분명 제작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우리는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왜 이 게임이 진행되는지, 왜 상금을 주는 권력자에게 재미를 선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게임을 지켜보는 우리는 처음에는 어떤 재미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구경꾼 모드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도대체 언제, 어디까지 자극 수준을 높여야 이 게임이 끝날지 불안을 느끼는 게임 참가자에게 몰입하게 된다. 어느새 현실 사회의 유행어가 돼버린 ‘도파민 중독’을 드라마가 시사하고 있음을 깨닫는 시점이다.

“더 재미있는 것 없나? 더 새로운 것….” 우리가 어린 시절 느꼈던 일련의 재미들이 이제는 시시하게 느껴지듯이 재미는 계속해서 더 새로움과 자극을 요구한다. 한 번 받은 자극은 그보다 덜한 것으로 절대 대체될 수 없다. 이쯤 되면 재미와 자극이 동일한 단어로 인지된다.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는 이 같은 끝없는 자기 갈망을 ‘자기착취’로 설명한다. 아무도 나를 지배하지 않는 자유로운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과도한 성과주의의 함정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또는 우울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더 강한 재미를 찾아다니지만, 끝내 만족할 줄 몰라 내 몸부림에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파괴적인 논리 같지만 일상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만약 오늘 내가 어제보다 성취감 드는 일이 적었다면 스스로 하루를 의미 없게 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패배자가 된 불안함에 SNS를 뒤적이다가 다음날 더 강도 높은 자극 찾기를 반복할 것이다.

재미 찾기에 중독된 사회에서 원래 재미가 그렇게 나쁜 것이었는지 곱씹어본다. 누구나 재미를 느끼면 행복해진다. 그러나 재미가 행복을 채우는 수단의 전부가 된 게 문제다. 스마트폰과 미디어가 주는 재미의 자극으로 일상의 일시적인 공허함을 채우는 데 효과적인 세상이 돼버렸다. 최근 “아내와 꽃이 구분 안 된다”며 꽃구경을 온 부부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특별한 연출도 없는 영상 하나가 해외 매체까지 전파된 걸 보면 이제는 소소한 감동이 더 희소하고 강한 힘을 지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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