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회의, 첫술에 배 안 불러…지역 다자 협력 복원 시동"

입력 2024-05-26 19:04   수정 2024-05-27 02:15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처럼 한·일·중 정상회의가 역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겠지만 지역 다자 협력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사진)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는 중단됐던 동아시아 3국 정상의 교류가 재개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장은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이 한·미·일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외교가에서도 갖고 있다”며 “한·일·중 지역 소다자 협력이 강화되면 이 같은 우려는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원장은 3국의 국제 위상을 생각하면 그동안 다자 협력관계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했다. 한·일·중 세 나라를 합치면 세계 인구의 약 20%,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에 달한다. 그는 보건, 환경, 에너지, 삼림 등 지역 내 공통 과제와 교육·인적교류 활성화에 3국이 우선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안보 분야에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더라도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분야부터 맞춰나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3국 모두 경제안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하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3국은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지난주 ‘동북아 3국 협력 촉진자로서 한국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기고문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을 완화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원장은 “한·일·중 간 협력 수준을 높이는 것은 넓게 보면 국제 사회에도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국 간 협력이 북한에 “3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는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한·일·중 정상회의는 첨예한 정치 논의 대신 경제협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200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처음 열렸다. 2019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8차 회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가 26일 4년5개월 만에 재개됐다.

박 원장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 대표적인 일본 정치·외교 전문가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 등을 지냈고 지난해 3월 국립외교원장으로 취임했다.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안보·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현 정부 외교 노선을 뒷받침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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