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챔피언이 되는 건 모든 여자골프 선수의 꿈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내에서도 79년의 가장 오랜 역사와 총상금 1200만달러의 최고 상금을 자랑하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대회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톱랭커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우승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로 평가된다.
US여자오픈에서 두 번 이상 우승한 선수도 지난해까지는 박인비(2008·2013년) 포함 15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대회를 각기 다른 국적으로 두 번 우승하는 선수가 나타났다. 3년 전 필리핀 국적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사소 유카(23)가 이번에는 일본 국적으로 두 번째 US여자오픈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사소는 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랭커스터CC(파70)에서 끝난 제79회 US여자오픈에서 최종 합계 4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단독 2위 시부노 히나코(일본)를 3타 차로 따돌린 그는 여자골프 사상 최다 우승상금인 240만 달러(약 33억2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 대회 16번째 다승자로 이름을 올린 사소는 US여자오픈 역대 최연소 2승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이후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다. 일본 법에 의해 만 22세가 되기 전 이중 국적을 포기해야 했고, 사소는 2021년 말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국적을 변경했다.
2022년부터 일본 국적으로 활동한 사소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최초의 일본 선수로 기록됐다. 메이저 대회 전체로는 1977년 LPGA 챔피언십 히구치 히사코, 201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시부노에 이어 일본 선수의 세 번째 여자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국적을 바꿔 여자 메이저 대회에서 2승을 거둔 것은 1988년 샐리 리틀 이후 이번 사소가 두 번째다. 리틀은 1980년 LPGA 챔피언십에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으로 정상에 올랐고, 1988년 뒤모리에 클래식에서는 미국 선수로 우승한 바 있다. 필리핀의 골프 영웅에서 일본의 골프 영웅이 된 사소는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며 “2021년에는 어머니에게, 올해는 아버지에게 우승을 바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두 그룹 전원이 빠른 그린과 깊은 러프에 고전하면서 사소에게 기회가 왔다. 이날 평균 294.9야드의 장타를 앞세운 그는 12번(파3)과 13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9번(파4)과 10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이민지를 밀어내고 1타 차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사소는 15번(파4)과 16번홀(파4)에서 다시 한번 연속 버디를 솎아내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고도 여유롭게 대역전극을 완성한 사소는 “3년 동안 우승이 없었기에 다시는 우승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이번 우승으로 제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증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3년 전에도 그랬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은 우승이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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