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초 8000만원으로 하락한 뒤 반등에 성공한 비트코인이 9500만원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 미국에서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는 등 호재가 잇따랐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횡보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데다 2014년 해킹으로 파산한 일본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청산 물량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호재로 꼽힌 이더리움 현물 ETF가 미국에서 승인됐지만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큰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암호화폐)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공식 심사 요청서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가 미국 증시에서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현물 ETF까지 승인되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자금이 흘러들어올 것이란 기대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승인 당일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0.55% 내린 9490만원을 기록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의 실제 거래가 3개월 이상 걸릴 거라는 이유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는 “(거래 개시를 위한 증권신고서의) 승인 과정은 몇 주 안에 완료될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3개월 이상 소요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미국의 금리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는 “반감기(비트코인 공급 축소기)와 현물 ETF 호재가 지나간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Fed의 금리인하 결정”이라며 “금리가 내려가기 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5만5000달러에서 7만3000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도 비트코인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암호화폐와 비트코인의 미래가 이뤄지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또 5000만 명의 암호화폐 보유자에게 셀프 커스터디(개인이 직접 보관·관리) 권리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암호화폐 회의론자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렌 미 상원의원을 거론하며 “비트코인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로 선거 기부금을 받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상자산 규제 완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한 만큼 미 대선 이후 친 가상자산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당분간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킹으로 파산한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보유한 비트코인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마운트곡스가 채무 상환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매도하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마운트곡스가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는 14만1686개로, 약 13조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도 마운트곡스가 일부 채권자에게 현금(엔화) 채권 상환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비트코인은 급락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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