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남서쪽으로 80㎞ 떨어진 신주과학단지.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이 ‘대(大)실리콘밸리’로 키우려는 이곳은 대만 반도체의 심장으로 일컬어진다. ‘호국신산’(護國新山·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산)으로 불리는 TSMC 본사를 비롯해 680여 개 하이테크 기업이 밀집해 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5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TSMC의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이 들어설 부지엔 기자재를 실은 트럭이 쉼 없이 드나들었다. 공사장 관계자는 “내년 가동 목표를 맞추기 위해 민관 모두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TSMC가 대만에 5개 신공장(웨이퍼 제조 3개, 패키징 2개)을 한꺼번에 짓기로 발표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대만 반도체 산업 선장이 미국 일본 독일 등 해외에 최첨단 공장을 건설하려 한다는 불안이 고조되던 때였다. 2022년 대만 의회에선 ‘호국신산이 산을 옮기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대만 정부는 말 그대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부지 확보에서부터 정부가 나섰다. 신주과학단지를 비롯해 가오슝 등 대만 전역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직접 설득했다.
대만 정부와 TSMC가 가장 고심한 부분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까닭에 대만은 마지막 원자력발전소마저 내년 중반에 은퇴시킬 예정이다. 전체 전력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20% 달성이 목표일 만큼 아직 충분하지 않다. TSMC가 대만에서 가동 중인 반도체 공장이 11개에 달하고, 올해 착공한 5개 공장을 포함해 대만에만 총 10곳을 더 지을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만에서도 전력 문제는 큰 골칫거리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한국보다 산악이 많아 송배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데다 지진 등 자연재해도 잦아 반도체 산업에 불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며 “전력을 몰아주기 위해 타이중시는 TSMC가 도시 전체 전력의 38%, 용수의 9%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특별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TSMC 효과’는 대만 전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대만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보다 3.9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한국 예상 증가율(2.2%)의 두 배에 달한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을 대체할 미국의 반도체 파트너가 되기 위해 아시아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페낭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기 위해 인텔 등 글로벌 기업 유치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는 차세대 반도체 설계 분야의 강자로 부상 중이다.
한국 정부도 2047년까지 총 622조원에 달하는 민간 투자를 집중해 경기 남부 일대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전력망 등 필수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타이베이=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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