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주식 투자에 입문한 지 4년째인 직장인 최진성 씨(33)는 지난해 산 국내 2차전지·반도체 주식을 상당수 처분했다. 미국 주식의 수익률이 훨씬 높아지자 미국 주식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같은 비율로 시작했지만 수익률 차이가 벌어져 현재 투자금 중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 비율을 2 대 8까지 조정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장’(국내 증권시장)에서 ‘미장’으로 물밀듯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증시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미국 증시는 올 들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공모펀드·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도 미국 주식 투자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해외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20년 초만 해도 91억4971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021년 말엔 677억787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증권사를 통한 해외 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펀드 시장에서도 미국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1018종에서 연초 이후 이달 7일까지 1조2895억원이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4조9512억원이 순유입됐다.
지수 상승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게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미국 S&P500지수가 12.74%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2.54% 오르는 데 그쳤다. 펀드 수익률도 국내 펀드를 압도하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98%에 그쳤지만 북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7.21%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 ETF도 이달 기준 31억4040만달러어치를 보유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금액을 투자한 이 상품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한다. 그만큼 한국 개미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고수익을 좇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올 들어 글로벌 증시에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이 주도주로 떠오르자 개인들은 고수익을 좇아 미국 증시로 대거 건너갔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해외 증시 투자 열기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증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6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전체 해외 주식 보유액은 913억8893만달러다. 이 중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89.85%에 달한다. 해외 주식 보유액 중 미국 주식 비중은 2019년 말 58.22%였는데 2020년 79.3%, 지난해 88.51%에 달하는 등 높아지고 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종목 주가가 오름세를 보여도 비교적 빨리 차익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글로벌 증시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런 경향은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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