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부추 가격은 ㎏당 평균 4597원이었다. 1주일 전보다 87.72%, 한 달 전 대비 141.21% 올랐다. 1주일 새 부추 가격이 2배 가까이 뛴 건 폭염으로 성장 속도가 더뎌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삼겹살, 삼계탕 등 부추를 곁들여 먹는 음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비는 늘어났는데, 공급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파(24.97%) 고구마(9.36%) 등도 폭염 여파로 일제히 전주 대비 비싸졌다. 대파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재배 작업이 늦춰지고 품질이 떨어졌다. 고구마도 장마와 폭염이 번갈아 오면서 한 줄기에 열리는 고구마 수가 감소하고 크기도 줄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농산물 가격은 이미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상추는 100g당 평균 2220원으로 한 달 전(1128원)보다 약 2배로 올랐다. 호박(72.3%) 무(30%) 배추(28.5%) 등도 비싸진 건 마찬가지다. 강원 태백 등 일부 배추 산지에선 병해 때문에 잎이 흐물흐물해지고 썩는 ‘무름병’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히트플레이션이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병충해를 입는 작물이 늘고 있다”며 “고추는 생육이 더뎌지고 과일도 전반적으로 낙과율이 증가했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배추, 당근 가격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농경연이 최근 발표한 ‘농업 관측 8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여름 배추 도매가는 10㎏당 1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9.3% 비싸질 것으로 예측됐다. 올초 작황이 좋지 않던 당근도 20㎏당 7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8.7%, 평년 대비 105.1%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농가들이 9월 추석 대목에 맞춰 농작물 출하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작물을 심는 시기를 뒤로 미루면 물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격이 오르자 정부는 비축 물량을 푸는 등 가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무와 배추를 하루 300t 이상 방출하고 이달부터는 대형마트에 배추를 30%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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