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불황에는 이거지"…개미들 종목토론방에 모여 '환호' [종목+]

입력 2024-09-05 09:06   수정 2024-09-05 09:13


강원랜드가 바닥을 딛고 반등하고 있다. 2분기 호실적을 거둬 '큰손'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다. 증권가에선 강원랜드의 발목을 잡던 규제도 완화, 주가를 견인할 모멘텀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강원랜드는 전날보다 0.3% 내린 1만6440원에 마감했다. 경기방어주로 분류돼 코스피가 3.14% 밀린 폭락장에서도 선방했다.

기간을 넓혀봐도 차이는 뚜렷하다. 최근 1개월(8월 2일~9월 4일) 강원랜드는 13.15% 올랐지만, 코스피는 7.09% 급락했다. 강원랜드는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돈 셈이다.

강원랜드 주가는 지난달 9일 저점 대비 23.6% 뛰었다. 주식 시장의 큰손인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강원랜드 주식을 쓸어담았다. 특히 기관은 지난달 12일부터 전날까지 강원랜드를 17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순매수액은 25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도 252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종목토론방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역시 불황에는 카지노주"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 복권 판매, 도박장 매출이 늘어나 카지노주는 불황에 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 때문에 경기방어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주가 상승의 배경엔 실적이 있다. 강원랜드의 2분기 영업이익은 7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줄었다. 다만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에는 부합했다. 매출액도 338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2분기 당기 순이익은 161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시장 전망치도 2배 이상 웃돌았다. 6월 부가가치 부과처분 취소 행정 소송에서 강원랜드가 승소하며 750억원 규모의 영업외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

증권가에선 배당 재원이 늘어났다는 점을 호평했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송 결과에 대해 "배당 재원이 늘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추가적인 납부 의무도 사라져 연간 부가가치세 약 1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주가 상승으로 배당수익률이 낮아져 배당만 보고 투자하긴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원랜드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결산배당으로 강원랜드는 주당 930원을 지급했다. 당시 시가배당률은 5.6%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강원랜드의 주당배당금(DPS)은 900원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5.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주 포함 배당수익률이 5.5% 이상인 종목은 150개(우선주 포함)를 웃돌고 있어 강원랜드의 배당 매력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시장에선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직 강원랜드는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정부의 영향을 받는 공기업인만큼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강원랜드가 이달 발표될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강원랜드를 비롯한 공기업 상장사 8곳은 전날 '주주가치 제고' 관련 감사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규제 완화도 투자심리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강원랜드는 개장 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카지노업 변경 허가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카지노 일반영업장 면적을 기존 1만4513㎡에서 2만261㎡로 늘릴 수 있게 됐다. 게임기구 수는 테이블이 200대에서 250대로, 머신이 1360대에서 1610대로 각각 늘어난다.

외국인 전용 구역에 대한 규제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외국 시민권자만 강원랜드 외국인 전용 구역에 입장할 수 있었지만, 이젠 영주권자도 이용할 수 있다. 이 구역의 베팅한도도 3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베팅한도 변경은 법 개정이 필요해 적용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강원랜드 규제에 대해 임 연구원은 "영업장 확대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운영시간 확대, 테이블 수 증가, 입장제한 요건 완화 등은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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