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추석 연휴 이후부터 다음달까지 전국에서 약 6만3000가구(총가구 기준)가 공급된다. 가을철 ‘분양 큰 장’이 열리는 가운데,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핵심 입지에서도 적지 않은 물량이 나올 예정이어서 예비 청약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분양가 상승세로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는 심리, 향후 신축 공급 부족 우려 등이 맞물리며 서울 청약시장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 아파트 매매를 고려 중인 수요자의 속내는 다소 복잡해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4주 연속 뛰는 등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8·8 대책’을 통해 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내비쳤고, 금융권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게 관건이다.
롯데건설은 이달 강남구 청담동에서 ‘청담르엘’을 내놓는다. 총 1261가구 규모 대단지로, 이 가운데 14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청담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7209만원으로 책정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중 역대 최고가다. 그럼에도 주변 시세 대비 10억원 저렴해 하반기 최대 ‘로또 단지’로 꼽힌다.
다음달 송파구 신천동에선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잠실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해 선보이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시장에 나온다. 총 2678가구로 올가을 서울 분양단지 중 최대 규모다. 일반분양 물량도 589가구로 적지 않다. 서초구 방배동에선 DL이앤씨가 ‘아크로리츠카운티’(총 721가구, 일반분양 166가구)를 선보인다. 두 단지 모두 분양가 ‘캡’이 씌워져 입지와 가격 경쟁력 모두를 갖춘 만큼 상당한 청약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선 이외에도 마포구 아현동 ‘마포에피트어바닉’(총 198가구), 강서구 방화동 ‘강서센트럴아이파크’(총 543가구), 구로구 구로동 ‘구로우성타운소규모재건축’(총 61가구)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에선 김포 ‘한강수자인오브센트’(3058가구), 인천 연수구 ‘래미안송도역센트리폴’(2549가구), 성남 ‘해링턴스퀘어신흥역’(1972가구), 평택 ‘힐스테이트평택역센트럴시티’(1918가구), 과천 ‘프레스티어자이’(1445가구) 등 대단지가 나올 예정이다.
연말엔 ‘바늘구멍’이 더 좁아질 공산이 크다. 정부가 8·8 대책을 통해 청약 때 무주택자 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부터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 5억원(지방은 3억원) 이하 비아파트 1주택 소유자도 청약 과정에서 무주택자로 취급된다. 기존엔 전용 60㎡ 이하, 공시가 1억6000만원(지방은 1억원) 이하 비아파트 한 채 보유자만 무주택자로 간주했다. 빌라 등의 소유주가 청약시장에 대거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점 인플레이션’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공공분양 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다음달부터 청약통장 월 납입인정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되는 걸 주목해야 한다. 공공분양은 저축 총액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만큼 3기 신도시 등 공공분양을 노린다면 매달 25만원씩 붓는 게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8월엔 폭염과 휴가 등의 요인이 있었고, 그동안 가격이 너무 오른 데 따른 일부 관망 심리도 나타났다”며 “무엇보다 최근 금융권이 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하면서 연말까진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이 다소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은행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단, 갭투자(전세 끼고 대출) 관련 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매매수요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연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금융비용 부담 완화가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금리 인하 기대는 시장에 선반영돼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예비 청약자도 기존 아파트 매매값 추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최근 분양가 급등세에도 청약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주변 시세가 분양가 못지않게 오르고 있는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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