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지방의 한 사립대에서 발생한 베트남 유학생 집단 도주 사건은 그해 대학가의 최고 화제였다. 기숙사에 묵고 있던 약 400명의 학생이 학기 시작 두 달여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이었다. 규모가 컸던 데다 지방 대학을 불법 체류의 통로로 활용한 사례여서 꽤나 심각한 문제였다.이 일로 그 사립대는 교육부 제재를 받았다. 다른 대학들이 중국에 매달릴 때 일찌감치 베트남으로 눈을 돌려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일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인근 도시의 표정은 달랐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인력 행운’ 덕분이었다. 짐작건대 야간 관광버스에 실려 밤길을 달린 20대 초반의 베트남 젊은이들은 전북의 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장, 식당, 농장으로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얼마 전 서울대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들의 모임에 끼어서 차담을 나눈 일이 있다. 공대생은 대부분 영어에 능통했고, 인문계 학생의 상당수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대부분 베트남 중산층 이상의 자녀다. 이들에게 졸업 후 한국에 남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10여 명 중 딱 1명만 “K컬처에 관심이 많아서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데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 없다”며 곧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대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교수에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수학과 물리학에 뛰어난 베트남 유학생이 많아 서울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국내 대기업을 택하도록 유도하지만, 이들을 원하는 기업이 거의 없더라는 것이다. 결국 두뇌 유입을 위한 열쇠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얘기다.
차제에 서울대 등 주요 공대도 이 같은 방식의 해외 유학생 유치를 적극 도입하면 어떨까. 해외 ‘고급 두뇌’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어야 ‘유럽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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