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수 "게이 연기 잘하고 싶어 이태원 유학도" [인터뷰+]

입력 2024-11-01 11:19   수정 2024-11-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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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윤수가 성소수자 연기를 위해 이태원 유학을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남윤수는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제가 20세부터 30세까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초반엔 끼를 발산했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끼를 뺐다"고 작품속 캐릭터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촬영 준비를 하면서 이태원 유학도 종종갔다"며 "친구도 실제로 있어서 자주 만났다. '만나자' 한 게 아니라 가니까 있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대도시의 사랑법'은 작가 고영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를 그린다. 10만 부 이상이 팔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가 극본을 맡아 원작의 장점에 드라마만의 새로운 설정들을 더해 매력을 전한다. 특히 에피소드별로 연출을 달리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을 차용해, 4명의 감독이 각자의 연출 스타일을 발휘해 영화를 보는 듯한 총 8편의 시리즈를 완성했다.

남윤수는 주인공 고영의 20대부터 30대까지를 연기해 롤러코스터 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청춘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남윤수의 연기 변신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보았지만,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 일부 보수성향 시민단체에서 공개를 반대하는 시위도 했다.

남윤수는 "솔직히 아무 생각도 안들었다"며 "그걸로 우리 작품을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런 걸 하셔서 홍보도 되고, 반응은 더 좋았던 거 같다"며 "'작품으로 생각하면 편한데,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전 정말 괜찮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제가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좋은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이런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신 거 같다"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다음은 남윤수의 일문일답

▲ 전편이 다 공개됐다.

떨려서 이틀 후에 3일에 걸쳐서 봤다. 걱정해서 찍은 것보다는 잘나온 거 같다. 저의 매력이 잘 보이도록 해주시고, 캐릭터가 돋보이도록 잘 편집해주신 거 같다.

▲ 캐릭터가 이태원에서 보는 성수자와 같았다는 현실감을 칭찬하는 반응도 있지만, 관념적인 BL과는 달랐다는 의견도 있더라.

저는 20세부터 30세까지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초반엔 끼를 발산했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끼를 뺐다. 오프닝에 티아라 안무를 했는데 그게 끼를 보여준 장면이라 생각한다. 연습실까지 가서 안무 연습을 했다. 그래도 제 얼굴이 사색이 돼 '표정 좀 풀라'는 얘기도 들었다.(웃음) 제가 춤이 정말 자신이 없다.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 걸 봤는데, 너무 잘 추셔서 '어떡하나' 싶지만, 그래도 제가 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작품 찍기 전에 이태원 클럽에 가서 실제로 그렇게 춤 추는 분들을 많이 봤다. 친구도 실제로 있어서 자주 만났다. '만나자' 하는게 아니라 가니까 있더라.(웃음)

▲ 그 친구 반응은 어땠나.

클럽에선 재밌게 놀자고 했다. 클럽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놀러왔다'고 했다. 작품이 공개된 후엔 실제 게이분들에게 인스타그램 DM을 많이 받았다. 우리 일상을 보여주고, 20대 연애를 보여주는 거 같다고, 눈물이 난다고 하시더라. 야한 말 하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아무 생각도 안든다.(웃음)

▲ 클럽에서 실제로 플러팅을 당한 적도 있나.

한국인은 없고 외국인들은 있었다. 아랍계 분이 '반바지가 예쁘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술을 사주시겠다고 하더라. 괜찮다고 그러니 물을 사주겠다고 하더라. 그때 작가님이 '빨리 오라'고 하셨다. 플러팅이라고 하더라. 촬영 이후로는 가지 못했다. 수술도 하고. 술도 거의 먹지 않아서.

▲ 이 작품을 위해 참고한 게 있을까.

일부러 안했다. 따라할 거 같았다. 요즘 시청자들은 똑똑해서 다 알아차리지 않나. 그래서 고영이 남윤수고, 남윤수가 고영이다 이런 얘길 듣고 싶었지 누굴 따라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 어려운 연기였다. 후회는 없었나.

재밌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고, 원작을 보면서 게이의 얘기라기 보다는 그냥 슬펐다. 삶이 너무 잘보여서, 애증이 잘 표현돼 있어서 이야기가 재밌었다. 영이와 엄마와의 관계도 친구와의 관계도 다 나오는데 별다를 게 없다. 그래서 누구나 다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현실적으로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어서 현장학습도 많이 가고, 의견도 많이 물어봤다. '이 사람들 세계는 싫어하겠다'고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그런 게 없었다.

▲ 실제로는 아버지에게 신장을 기증한 '효자의 아이콘'인데 암 걸린 엄마를 두고 남자를 만나러 가는 영이를 어떻게 봤을까.

찍을 땐 효자의 아이콘이 될 지 몰랐다.(웃음) 그 에피소드 찍고 아빠 아픈걸 알았다. 엄마와 장면을 먼저 찍었는데, 그때 제 감정이 그랬구나 싶었다. 영이가 엄마가 아파도 남자를 마나는 것도 그냥 20대 철부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마음이 아파도 놀고도 싶고, 그걸 풀었던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영이도 이해가 됐다. 촬영 내내 그 감정에 완전히 몰입했다. 대본 리딩도 자주하고 극중 나오는 '티아라' 멤버들과도 자주 만나고. 그래서 촬영 끝나고 수술을 했다. 태국 갔다온 다음에 검사를 받고, 의사 파업이 있어서 6월에 수술을 했다. 수술이 끝나고 술도 안먹고, 담배는 절대 안된다고 하셔서 그렇게 관리하고 있다. 일상의 불편은 없다.

▲ 수술 후 두문불출해서 '아프다'는 소문이 돌았다.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다. '효자다' 이런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았고, 조용히 했다.

▲ 아버지 반응은 어땠나.

하지 말라고 했다. 연기도 해야하고, 보여지는 직업이라. 그래서 '그냥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아빠는 계속 울었다. 그런데 수술 끝나니 안울더라.(웃음)

▲ 키스신이 유달리 많았다.

15명이랑 했다는 말도 있던데, 실제론 6명이다. 물론 이성이 아닌 동성과 이렇게 많이 하기가 쉽지 않은 거다. 제가 또 언제 이렇게 해보겠나. 연기자로 생활하면서 또 없을 거다. 그래서 '빨리빨리 많이 하자' 하는 마음으로 했다. 찍는 거까지 포함하면 한 300번 한 거 같다. 모든 키스신은 기억에 남는데, 고등학교때 엄마가 지켜봤을 때, 첫사랑이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준비해오셨다. 서로 잘 합을 맞춘거 같다.

▲ 그러면 '최애의 남성'은 누굴까.

캐릭터적으로는 영수가 아무래도,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거 같다. 내가 관심을 더 줘야 관심 줄 거 같은 사람, 그게 영수라고 생각이 드는 거 같다. 평소의 연애관이 그건 아닌데 그랬다. 제 평소 연애관과 가장 잘 맞는 건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 규호같다. 다만 재미는 없을 거 같다. 그런데 팬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신기했다. 일상의 연애를 공감해주신거 같다. 영이가 평탄하지 않은 연애를 해서 그런거 같다.

▲ 원작자이자 드라마 각본을 직접 쓴 박상영 작가가 언급했지만, 원작과 이미지가 다르긴 했다. 지나치게 잘생겼다는 평이다.

이미지가 다른게 걱정돼 물어봤는데, '신경쓰지 말고 연기만 잘 하면 된다'고 했다. 이미 선택했기 때문에 하면 된다고 했다. 소설도 상상하기 나름이라 상관 없다고 하셨다. 작가님은 '외모가 개연성'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맞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친근감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잘생겨서가 아니라.

▲ 원래 15세 관람가였는데 19세가 됐다.

원래 없던 행동도 찍다보니 그렇게 된 거다. 영수랑 수위가 셌는데, 원래는 상의를 벗기고 끝난 거다. 그런데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들이 '찍어야 한다'고 자세를 직접 취하고 그러셨다. 그래서 나중에 리허설 하고 한 거다. 하라면 하는 거다. 당황하긴 했지만, 캐릭터적으로 맞았다고 생각했다.

▲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 시민단체에서 시위도 했다.

아무 생각도 안들었다. 그걸로 우리 작품을 어떻게 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만들어졌고, 다 계획이 된 거니까. 오히려 그런 걸 하셔서 반응은 더 좋았던 거 같다. '에로 이런 거 보다는 작품으로 생각하면 편한데,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전 정말 괜찮다. 작가님도 걱정하시고 저에게 '괜찮냐'고 하시는데, 위로와 격려가 많아서 전 정말 괜찮았다. 제가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좋은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이런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신 거 같다. 이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DMdl 10개 정도 왔다고 치면 100배 이상 오는 거 같다.

▲ DM을 많이 보나.

다 보고, 답장도 했는데 가끔은 그게 올라오기도 하더라. 많이 오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은 게시물에 가서 하트를 누르거나 한다.

▲ 연출자가 4명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나.

솔직히 있었다. 촬영 첫날이면 스태프까지 다 바뀌어서 현장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카메라 구도와 이런 걸 몸이 느끼는데, 익숙해질만 하면 싹 바뀌어 버리는 거다. 기류가 달라지는 건데 저는 중심을 지켜야 하니까, 그 부부에서 어렵긴 했다. 모든 분들이 '부담갖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래서 편하게 했다. 감정의 흐름에 설명만 하셨다. 이 감정선을 다 주의깊게 보셨다. 연기적인 테크닉보다는 감정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셨다.

▲ 촬영하며 힘든 건 없었나.

힘들긴 했다. 그런데 전 그렇게 힘들어야 일하는 느낌이 든다.(웃음) 이번엔 대본을 보니 두 장면 빼고 다 제가 나왔다. 감정도 깊어서 더 힘들긴 했다. 이걸 견뎠으니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처음은 힘들지만 더 맘편히 찍을 수 있을 거 같더라.

▲ 이 작품을 하면서 얻은 게 있을까.

감정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짧은 시간에 농축된 걸 보여주니까. 원래는 감정을 잡고 찍는데, 이번엔 빠른 시간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저에겐 처음으로 메인으로 끌고가는 거라, 찍을 땐 몰랐는데 그런 부분이 있었던거 같기도 하다.

▲ 이미지가 각인되지 않을지 걱정은 안됐나.

작품이 공개된 후 처음 그런 얘길 들었는데, 이걸 만드는 사람들은 그 생각을 전혀 안했다. 저도 나오고 나서 그걸 처음 알았다. 지금은 스릴러 '킬링타임'을 류혜영 누나랑 재밌게 찍고 있다. 이전엔 '뭘 하고 싶다' 이런게 있었는데, 이제는 재밌거나 호기심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바로바로 하고 싶어다. 열려있는 거 같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제가 달라진 부분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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