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형 한국국제통상학회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다른 어떤 것보다 대중 관세 인상을 먼저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지금 우리 산업계를 어렵게 하는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큰데 정부의 대안이 있나.▷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중국의 과잉 공급 문제에 대해선 고민이 크다. 정부는 산업부 무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상계관세 부과는 정치적 민감성이 큰 문제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과잉 공급 물자들이 남미 등 제3국 시장에 투하되면 우리 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이 제3국에서 경쟁 우위를 지킬 방안을 마련하겠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때리면 자기들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일부 상쇄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 때문에 미국에 러스트벨트가 생긴 것처럼 한국의 제조업 밸류체인도 무너질 수 있다.
▷안 장관=국내 산업별로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 정책의 초점은 어떤 변화에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둬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율이 높은 한국 제조 공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키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과 격차를 벌리는 작업을 지금 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트럼프 2기는 상·하원에 대법원까지 장악해 공약 이행력이 1기 시절에 비해 훨씬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 보편 관세를 통해 대미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방향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안 장관=한국이 지난 3년간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800억달러로, 이 기간 최대 대미 투자국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이 추구하는 공급망 육성에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부각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우정엽 현대차·기아 글로벌정책전략실장=트럼프 정부가 2017년 1기 정부 시절 합의해 만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개정을 요구할 경우 우리의 방어 논리는 무엇인가.
▷안 장관=미국에서 FTA를 개정하겠다고 달려드는데 우리가 답을 가지고 가서 협상해야지 합리화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을 가져가서 협상해야 한다. 개정한다면 윈윈을 노려야 할 텐데 기존에 빠져 있던 에너지, 디지털, 환경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사업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세계에서 가장 싼 전기’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조 바이든 시절과는 180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액화천연가스(LNG)부터 원전까지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어떻게 맞춰나갈 계획인가.
▷안 장관=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LNG 중 미국에서 들여오는 비중이 13% 수준으로,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선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출을 줄이기보단 수입을 늘려 흑자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LNG산업을 키운다면 경제성이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다. 미국산 LNG의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세계 원전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한·미 원전 협력 과정에서 한국이 웨스팅하우스에 투자한다거나 정책 금융을 활용해 원전 수주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안 장관=한·미 간 핵협력은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을 넘어 양국 간 핵비확산에 대한 신뢰 관계 회복이 선결돼야 한다. 지난 4일 양국은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에너지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는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신뢰 수준을 높이고 있다. 신뢰 관계가 더 회복된다면 우리 산업계와 금융기관의 힘을 합쳐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일부 확보하고 점차 늘려나가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박현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중국은 보조금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금융 수단을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도 산업 정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산업 정책 귀환의 시대란 말이 나온다.
▷안 장관=FTA를 중심으로 한 예전의 통상 환경이 권투였다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맞닥뜨릴 통상 환경은 이종격투기와 같다. 어떤 문제든 정부와 산업계가 2인3각으로 협력해야만 헤쳐나갈 수 있다.
▷윤영조 삼성전자 부사장=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 중동, 중남미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과거엔 상상도 못한 관세·비관세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제3국 무역장벽 철폐 노력이 필요하다.
▷안 장관=우리 기업들이 FTA가 체결되지 않은 국가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면서 다양한 무역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개방을 뺀 통상, 산업,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인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황정환/정영효/이슬기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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