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국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수상 기념 강연을 이 같은 시 구절로 시작했다. 1979년 여덟 살의 한강이 쓴 시다.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에 담긴 유년 시절 일기장 사이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고 한다.
한강은 “일기장과 책자를 원래대로 구두 상자 안에 포개어 넣고 뚜껑을 덮기 전, 이 시가 적힌 면을 휴대폰으로 찍어뒀다”며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돼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1979년 4월의 아이는 사랑이 ‘나의 심장’이란 개인적인 장소에 위치한다고 썼고, 그 사랑의 정체에 대해선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는 금실’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느끼는 생생한 감각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며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그 실에 연결돼줬고, 연결돼줄 모든 분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20대 중반에 일기장을 바꿀 때마다 맨 앞 페이지에 이 같은 문장을 적었다고 했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그러나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준비하던 중 1980년 5월 광주에서 희생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보고 질문을 뒤집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은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며 “이따금 망월동 묘지에 다시 찾아갔는데, 이상하게도 갈 때마다 날이 맑았다”고 말했다. 이어 “눈을 감으면 태양의 주황빛이 눈꺼풀 안쪽에 가득 찼다”며 “그것이 생명의 빛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전적 소설 <흰>과 연결되는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설은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한강의 친언니였던 아기 이야기를 시작으로 삶과 죽음에 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한강은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내 삶을 잠시 빌려주려 했던,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며 “완성의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문은 ‘귀로 듣는 문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작가들이 공을 들여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 작가는 이날 약 30분에 걸쳐 미리 준비한 강연문을 한국어로 낭독했다. 강연 시작에 앞서 스웨덴 첼리스트 크리찬 라슨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5번 C단조를 연주하기도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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