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잇따라 폴란드에 돈을 풀고 있다. 크래프톤, 네오위즈에 이어 엔씨소프트도 폴란드 게임사에 투자해 현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을 공급하기로 했다. 게임 공급 사업 확장에 힘쓰는 국내 기업들에게 폴란드가 ‘IP 우물’이 됐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눈 여겨볼 부분은 폴란드 업체에 단행한 투자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계약으로 버추얼알케미가 개발하고 있는 중세 배경 역할수행게임(RPG)인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의 전세계 공급 권한을 확보했다. 버추얼알케미는 2022년 설립돼 현재까지 이렇다 할 출시작이 없다. 그럼에도 동유럽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엔씨소프트의 설명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장르, 플랫폼 등을 고려해 국내·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새로 마련한 IP로 해외 파이프라인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선 양질의 IP를 노리는 한국 기업들에게 폴란드가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폴란드기업개발기구(PARP)에 따르면 폴란드의 게임 개발 산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기준 1만5000여명이다. 유럽에선 영국, 프랑스에 이어 최다다. 폴란드 개발사인 CD프로젝트레드는 비디오게임 ‘사이버펑크 2077’를 2020년 선보여 30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냈을 정도로 개발 역량도 뛰어나다. 중국 텐센트도 폴란드에서 게임사인 테크랜드를 지난해 인수하고 공포게임 제작사인 블루버의 지분 22%를 2021년 사들였다.

한국처럼 비영어권임에도 세계 시장을 겨냥한 게임 개발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IT 업체들이 폴란드 개발사에 탐을 내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서유럽 IT 플랫폼 업체들의 시장 입지가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폴란드 IP를 확보할 여지가 커졌다”며 “폴란드는 IT 인프라 수준도 높은 편이여서 동유럽 시장 거점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