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 소비 진작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탄핵 정국 속에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여·야·정을 향해 주문한 해법이다. 탄핵 정국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돼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004년 3월, 2016년 12월 두 차례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엔 통상환경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가 겹친 복합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탄핵 가결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응답자의 66.7%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를 좌우할 변수는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진단이 많았다. 응답자의 87.0%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의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처음엔 해프닝으로만 여기던 해외 투자자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이 연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어 대외 신인도를 강조하며 외환·금융시장 안정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내년만 놓고 보면 응답자의 70%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건전 재정에서 확장 재정 기조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한국은행 전망치(1.9%)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금보다 재정을 적극적으로 풀어 내수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 정부가 역점 추진한 탈원전 폐기, 원전 수출,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자원·에너지 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86.6%는 현 정부의 자원·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정치권과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1순위 과제로 내수 진작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제시했다. 응답자의 76.6%가 ‘소비·투자 등 내수 진작’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소비 진작 대책까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현 정부가 내세운 반도체·AI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도 과반에 달했다.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30.0%였다. 정부가 지난달 말 공식화한 석유화학 등 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23.3%였다.
강경민/허세민/이광식 기자
●설문 응답자 *가나다 순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김윤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 △김지연 KDI 전망총괄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박진 KDI 정책대학원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윤참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정갑영 연세대 명예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 △정호용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한유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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