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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동네로 유명해지더니"…철공소 거리 '비명' 터져나온 이유 [현장+]

입력 2024-12-21 21:08   수정 2025-01-10 13:37


'설계도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로 유명했던 문래동 철공소 거리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 10년 새 3배 이상 치솟은 임대료와 재개발 압박 탓이다.

20일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구는 문래동 1~6가 철공소 1200여 곳을 수도권 그린벨트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래동은 금형과 주조, 가공, 용접, 열처리 등 금속 가공의 모든 작업이 가능한 철공소들이 모여있는 지역이다.

특히 수도권 소성가공 업체의 약 40%가 문래동에 몰려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뿌리산업의 메카를 통째로 이전해 유지한다는 것이 구의 구상이다. 이전 대상지로는 경기 김포·시흥·안산 등이 거론된다.
"매번 월세 올리라니 쫓겨날 수밖에"…90%가 임차 공장
하지만 최근 찾은 문래동에서는 이전에 대한 기대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철공소 사장들은 당장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탓에 이주가 본격화하기 전 쫓겨나는 업체가 대부분일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머시닝 가공 업체 고성테크는 지난달 문래동 2가에서 문래동 4가로 공장을 이전했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때문이다.

노창훈 고성테크 사장은 "2년 전에 월세를 30만원 올렸는데 건물주가 또 20만원을 높이자고 했다"며 "월세가 계약할 때마다 수십만원씩 오르길 반복하고, 올리길 꺼리면 나가라면서 사람 속을 뒤집으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사비용으로만 1000만원이 들었다"며 "지금 건물주는 재개발이 예정돼 있으니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하는데, 만에 하나 마음이 바뀐다면 또 쫓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영등포구청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래동 철공소 가운데 90.2%는 임차 공장이다. 철공소 사장들 사이에서 '내 공장 갖기' 운동도 일었지만,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이제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면 그대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임대료에 허덕이는 영세 소상공인…이주는 희망고문"
문래동 4가 서진특수주물 우복자 사장은 "이 주변을 보면 몇 년 전까지 60만원, 80만원 하던 월세가 140만원, 200만원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며 "2년마다 월세가 수십만원씩 오르니 오랜 기간 함께했던 이웃들도 하나둘 가게 문을 닫고 떠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문래동은 2010년 중순부터 저렴한 임대료와 지원금을 찾는 예술인들이 유입됐다. 철공소와 공방, 카페가 어우러진 '힙한' 분위기에 제2의 성수동으로 유명해지자 본격적으로 술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술집이 늘면서 임대료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렇게 오른 임대료는 터줏대감이던 철공소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

구청에서는 저렴한 대체 부지로 문래동 철공소들을 통째 이전해 자기 공장을 갖게 하면서 명맥을 존속시킨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선 철공소 사장들은 "비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임대료가 옥죄는 상황에서 이주 계획이 구체화하기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 사장은 "구청에서는 철공소를 이전한다는데, 지금은 1년에 한 번씩 임대료를 올리는 곳도 있다"며 "건물주들이 앞다퉈 임대료를 높이니 이주가 본격화할 시점에서 남아있는 철공소가 얼마나 될까 싶다"고 지적했다.

노 사장도 "이주가 언제까지 된다는 보장이 없지 않으냐"며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데, 언제가 될지도 모를 이주를 기다리라는 것은 희망 고문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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