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제6조와 관련한 세부 지침이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파리협정에서 ‘협력적 접근’으로 불리는 탄소시장을 활용할 기반이 마련됐다.
협력적 접근은 전 지구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선진국은 배출권거래제(ETS) 등 감축 정책을 통해, 개발도상국은 청정개발체제(CDM) 등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그러나 파리협정 체제는 글로벌 탄소시장 및 민간 부문의 재원이 탄소감축에 투자되는 협력 방안을 추구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CDM을 잇는 파리협정 제6조 4항에 따른 UN 온실가스 감축 실적 발급 메커니즘(PACM)이 마련됐다. 국제 감축 사업의 실적을 산정하는 데 필요한 표준 방법론을 만든 것이다. 감축 사업에 대한 실질적 투자가 촉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제6조 2항과 관련해 탄소감축 실적(크레디트)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누락이나 불일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탄소 국제 거래 ‘기반’ 갖췄다
제6조 2항과 제6조 4항에 대한 합의로 감축 실적이 이전되는 ‘탄소시장’ 체제가 공식 출발하게 됐다. 그동안 탄소시장은 파리협정 제6조 세부 지침 합의 지연으로 혼란을 겪어왔다. 2021년부터 파리협정 이행이 시작되었으나 제6조에 따라 발급된 감축 실적이 없었다. 이에 유엔 탄소시장과 민간 부문은 교토의정서 체제 방법론을 기반으로 감축 실적을 발급했고, 이 실적이 시장에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해당 감축 실적에 대한 품질 적절성 논란이 지속됐다. 파리협정에서는 당사국 사이에 감축 실적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중복 산정된 경우 실적을 이전한 국가는 그에 상응하는 만큼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속성이 반영되지 못해 논란이 됐다.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2030년 각국의 NDC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시간이 짧아 이번에 합의된 사항은 좀 더 장기적 기후 대응 사업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정은 선진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기후 대응 체제다. 대부분 NDC는 자국 내 거의 모든 경제 영역을 포함하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번 파리협정에서 제6조 세부 지침이 마련됨에 따라 정부는 총배출량의 70%가 넘는 양을 관리해온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외에도 나머지 배출 영역에 대한 정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기존 감축 정책과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해 목표 달성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는 일정 기준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조직에 대해 배출량 상한을 설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발급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한다. 실제 배출량이 배출권 수를 넘으면 배출권을 구입하고, 배출량이 적으면 남은 배출권을 판매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조직의 비용을 최소화한다.
배출권거래에 참여하는 조직은 700여 개 수준이므로 다른 모든 배출 주체에게는 배출 상한이 없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에 기후 행동을 촉구하고, 기업공시에 기후 행동 및 배출량을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은 고객에게 배출량을 공개하고 감축 행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탄소감축과 관리는 경영환경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미국의 청정경쟁법(CCA)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거센 파고로 다가올 것이다.
기업, 시장에서 ‘비용 효율’ 따져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조직은 우선적으로 내부에서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지, 줄이는 비용은 얼마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장단기적 전망과 비용을 비교해 내부 감축 활동을 강화할 것인지, 외부 감축 실적을 구매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내부 감축은 공정과 설비의 개선, 신기술 도입과 연구개발(R&D)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합의로 탄소시장이 활성화되고 파리협정 기준을 따르는 감축 실적 시장 거래가 시작되면 비용을 고려한 감축 수단의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내부 감축이 좋은 방안이지만, 단기적 상황 또는 회피하기 어려운 배출에 대해서는 탄소시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파리협정 체제에서는 각국이 NDC를 달성해야 하며,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국외에서 3750만 톤의 감축 실적을 확보할 예정이다.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은 할당량의 5%까지 외부 감축 실적을 구매해 할당량을 채울 수 있는데, 국내에서 발급된 감축 실적을 구매하면 NDC 달성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나 자발적 시장에서 기업이 NDC를 달성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감축 실적을 구매하면 구매 기업은 자사 온실가스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NDC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자발적 시장으로 구분되던 발급 메커니즘인 민간 독립 표준도 상응 조정된 감축 실적을 발급하려는 노력을 시작했으며, 감축 실적 산정 방법론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몇몇 당사국은 민간 독립 표준을 자국이 추진하는 감축 협력 사업의 실적 발급 메커니즘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번 총회에서 합의된 핵심 내용인 감축 실적 산정 방법론 요건은 유엔이 추진하는 협력 체제의 탄소시장뿐 아니라 제6조 제2항 협력 메커니즘과 민간 독립 표준이 사용하는 방법론이 제정되거나 개정될 때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 탄소시장의 중심을 잡고 지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었다. 정책적 규제시장과 자발적 시장이 같이 NDC 달성과 전 지구적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모든 행동은 소요되는 비용이 적은 곳에서 시작된다. 기후 대응 감축 사업도 마찬가지다. 탄소시장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민간의 탄소감축 투자를 촉진할 것이다.
오대균 파리협정 제6.4조 크레디팅메커니즘 감독기구 위원 겸 윈클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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