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만 해도 산업계에선 경제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 인사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낙마한 데다 무안 제주항공 사고까지 겹친 탓이다.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란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썰렁한 행사가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3일 신년회가 열린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위기 돌파를 위해 기업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판단한 주요 그룹 총수가 빠짐없이 참석해서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600여 명의 기업인은 도전과 혁신의 의지를 함께 나누며 위기 극복을 다짐했다.


이날 신년 인사회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했고, 참가자들은 무안 제주항공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리본을 옷깃에 달았다. 행사장을 드나들 때도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행사장 안에선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삼삼오오 모여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해 토론하는 기업인이 여럿 보였다. 한 그룹 총수는 “소비 침체, 수출 둔화, 고환율 등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른 기업인들과 ‘모두 웃으면서 연말을 맞이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덕담과 인사만 나누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늘 행사를 예정대로 열었다”며 “어떤 위기에도 대한민국 경제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자리에서도 ‘경제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에 힘을 실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옛날부터 우리 국민과 기업인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 더 강해졌다”며 “기업이 투자를 잘하게끔 더 격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민간 외교관으로 국익 수호에 앞장서겠다는 기업인도 여럿 있었다. 계엄 사태 이후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탈출하고 있어서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은 각국에 뻗어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는 데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손 회장은 “기업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근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물밑에서의 노력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빠른 국정 안정화를 통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선결 과제로 꼽혔다. 반도체 특별법 등 시급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들 법안의 상당수는 여야가 공동 발의한 무쟁점 법안이다. 최 회장은 “지금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한다면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조속한 국정 안정화를 위해 힘을 더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황정수/김진원/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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