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지난해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40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네이버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거래액 5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e커머스 ‘투톱’이 모두 실적 신기록을 썼다. 두 회사는 쇼핑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식배달 등을 아우르는 슈퍼 멤버십을 앞세워 소비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반면 G마켓과 11번가 등 중소형 커머스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네이버 양강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도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연 매출 40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 31조원에서 1년 만에 30% 증가했다. 연 매출 40조원은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 대기업도 넘지 못한 고지다. 쿠팡은 직매입 사업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고, 나머지는 오픈마켓 수수료 매출이다. 오픈마켓 거래액까지 더하면 쿠팡의 전체 GMV는 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업계에선 두 플랫폼의 고속성장 비결로 슈퍼 멤버십을 꼽는다. 쿠팡은 ‘와우멤버십’,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 멤버십으로 쇼핑 할인부터 무료배송, OTT, 음식배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소비자 록인(이탈 방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지난해 8월 멤버십 월회비를 58% 올렸는데도 흔들림이 없었다. 월회비를 올리자 와우 회원들은 쿠팡을 더 자주, 더 많이 이용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와우 회원이 로켓배송·로켓프레시에 사용한 금액은 1인당 43만216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늘었다.
올해도 쿠팡·네이버 양강과 나머지 e커머스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팡과 네이버가 신사업을 통해 이용자 저변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최근 선보인 ‘알럭스’ 앱을 통해 명품 뷰티로 상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에스티로더, 조말론, 로라 메르시에, 랑콤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다수 유치했다. 네이버는 오는 3월 커머스를 아예 별도 앱으로 독립시키는 등 본격적인 확장에 나선다.
변수는 신세계와 알리바바그룹의 동맹이다. 신세계와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3월께 통합법인을 출범해 이런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낸다는 계획이다. G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알리는 G마켓의 익일 도착 보장 서비스 ‘스타배송’으로 배송 속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이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도 강력한 상품 소싱력과 배송망을 갖추고 있는 만큼 G마켓과 알리가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 한 양강 구도를 깨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