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태그플레이션은 공급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일어난다. 공급 충격이란 기업의 생산 비용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는 일을 말한다. 기상 이변으로 농산물 수확량이 급감해 식료품 생산 비용이 확 오른다거나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해 석유 제품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공급 충격의 사례다. 공급 충격이 오면 나라 경제의 총공급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한다. 그렇게 되면 경제 전체 생산량이 감소하는 동시에 물가가 오른다.
생산 비용이 높아져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총수요가 감소해 경기는 더 가라앉는다. 물가가 높아진 만큼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해 인건비가 상승하면 기업의 생산 비용이 올라 물가가 더 뛰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1970년대 오일 쇼크에 이어 나타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치르고 복지정책을 확대하면서 재정 지출을 늘렸다. 그런 가운데 1973년 10월 제4차 중동 전쟁이 일어났다. 중동 산유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서유럽 국가에 석유 수출을 중단했다. 국제 유가가 1970년대 초반 배럴당 2~3달러에서 1980년 배럴당 35달러까지 치솟았다. 1974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0.5%로 떨어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1%로 뛰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와 실업률 간 상충 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을 무력화했다. 1960년대까지 미국 경제는 물가가 오르면 실업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상승하면 물가가 안정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1970년대부터 이런 공식이 깨졌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022년 발표한 논문에서 한국도 1990년대까지는 필립스 곡선이 성립했지만 2000년대 들어 물가와 실업률이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2022년 중반에도 성장률이 하락하고 물가는 급등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물가보다 경기가 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 혁신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마치 늪과 같다. 빠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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