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미국의 황금기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번영하고 전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을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 연설에서 8년 전 취임 때보다 더 강해진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드러냈다. 미 의회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America)’과 ‘미국인(American)’ 단어만 41차례 외쳤다.
‘위대한’이라는 단어도 17번 쓰였다. 2017년엔 이 말을 여섯 번 사용했는데, 두 배 넘게 늘었다. 미국을 언급하며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고, 강하고, 훨씬 더 특별해질 것”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하나님에게 구원받았다”고 말한 것 등이 그 사례다. 세계(10회), 힘(9회), 자유(9회), 국경(4회), 관세(3회)도 많이 썼다. 불법 이민 차단, 관세 부과 등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그에 견줘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이번 취임사에선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점에 서 있다” “나는 자신감 있게, 낙관적인 마음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한다”처럼 희망적 단어를 많이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전 과제가 많기는 하나 현재 (여러분이) 목격하고 있는 막강한 추진력으로 모두 해결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내용상으론 여전히 공격적인 문구가 많았다. 파나마운하와 관련해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며 “되찾겠다”고 한 것이나 과거 미국의 영토 확장주의를 대변하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같은 표현을 쓴 게 대표적이다.
전임 행정부에 대해서도 “간단한 국내 위기조차 관리하지 못했으며 외국에서 벌어지는 재앙적인 사건들에서도 발을 헛디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캘리포니아에서는 선거 관리국에서 일하며 유권자 신분증을 요구하기만 해도 감옥에 보내는 법을 통과시켰다”며 “그런 일이 발생한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부정행위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년 대선 때 일부 유권자가 신분을 속이고 여러 곳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찍었다는 음모론을 다시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 마찰을 빚은 정치인과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는 메시지는 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을 “울보 광인”이라고 비하했고, 애덤 킨징어 전 하원의원을 두고선 “울보 중 울보이며 울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연설을 마친 후 군중에게 “위층에서 한 연설보다 이게 더 나은 것 같다”고도 했다.
퍼레이드가 열린 인근 대형 실내경기장 ‘캐피털원아레나’에서도 파격 언사를 이어갔다.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바이든이 이렇게 하는 걸 상상할 수 있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전 대통령을 향해 조롱 섞인 발언을 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차남 등 가족을 선제적으로 사면한 것을 두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내가 (취임사) 연설하는 동안 바이든이 가족 전체를 사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며 “취임 연설할 때 나는 그가 그랬다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취임 연설장에 나가 이를 비판하려 했지만 멜라니아 여사와 보좌진이 말렸다는 점도 언급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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