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사흘째 저녁 마련된 교류 모임 코리아 나이트에는 작년의 두 배인 700여 명이 몰렸다. 외국인이 절반을 넘었다. “한국에 어떤 제약·바이오 기업이 있는지 궁금했다”는 게 이들의 참석 이유였다.이런 관심은 한국의 제약·바이오가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문을 통과한 폐암 신약 ‘렉라자’ 효과가 작지 않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후보로 손꼽히는 신약을 배출한 한국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찾으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눈에 띄게 늘어서다. 게다가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최강국이다.
현장에선 지난해부터 초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킨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기업들이 뛰어난 신약 후보물질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바이오 기업의 약진은 연구개발(R&D) 경쟁력이 바탕이다. 미국 영국 등에 크게 뒤처졌던 중국의 생명과학 R&D 경쟁력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영국 생명과학국이 최근 발표한 생명과학 경쟁력지수(LSCIs)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의 의학 논문 피인용 점유율은 24%로 미국(31.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피인용 점유율이 높다는 건 논문의 질적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놀라운 건 중국의 상승세다. 2011년 6.2%에 그친 이 점유율을 12년 만에 네 배가량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한국은 3.1%로 10년 넘게 제자리걸음 했다.
중국의 사정은 다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미국 등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글로벌 제약사 등을 거쳐 경력과 명성을 쌓은 제약·바이오 연구자가 귀국하면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미국 대학보다 더 좋은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덕분에 기꺼이 귀국하려는 중국 연구자들이 적지 않단다. 중국 정부의 이런 파격적인 지원이 바이오 R&D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결정적 배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미국 영국 등 제약 강국에서 경력을 쌓은 연구자들이 귀국하는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연구비 지원은커녕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일자리마저 사라지고 있어서다.
정부, 국회, 산업계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지금처럼 정쟁만 일삼다가는 미래 산업인 제약·바이오를 키울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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