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외교장관회의 공동 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빠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데 이어 이번엔 쿼드 성명에서 비핵화 표현이 사라지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와 방향이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핵 동결이나 핵 군축을 염두에 둔 ‘스몰딜’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번 회의에서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고, 과거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협조 요청을 했다. 그럼에도 선언문에서 한반도 언급은 빠지고 중국을 염두에 둔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 행동을 반대한다”는 문구만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미국이 북핵을 용인하기로 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대북 정책에 대한 변화 조짐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최우선 과제는 중국 견제”라며 “적대국인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약한 고리부터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태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주의자인 트럼프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북한은 과거와 같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실리를 취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지금처럼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고수할 경우 미국과 북한의 물밑 협상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한반도 비핵화는 세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이제는 핵 균형 전략,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 핵무장이 한·미 양국과 국제평화를 위한 윈윈 전략임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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