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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국가를 먼저 살려야 의료도 산다

입력 2025-01-24 17:23   수정 2025-01-25 00:47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다. 자유 민주주의의 토대를 어렵사리 지켜왔건만 최근 들어 그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입법·행정·사법의 권력 분립이 무너지고, 체제의 마지막 보루였던 사법부마저 폭력의 대상이 됐다. 독재 정권이나 외세 침탈 시기에도 사법부가 흔들린 적은 없었다.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 국가 운영의 근본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중대 사태다.

무엇이 이토록 심각한 불신과 혼란을 초래하게 했을까. 한국은 급속 성장에만 매달려 내부의 균형과 통합을 보지 못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지역·이념 갈등이 누적됐고 국민의 의심과 분노는 쌓여갔다. 유튜브와 SNS는 갈등을 걸러내기보다 증폭시키는 에코체임버 기능을 하고 있다. 게다가 사회의 면역체계가 돼야 할 언론마저 선정적 보도와 편 가르기에 가담하면서 극단적 대립이 더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판검사, 의사, 대학교수, 종교인, 공무원 등 전문성과 재량권을 지닌 엘리트 집단이 스스로 직업 윤리를 지키지 못한 책임도 크다. 이들은 공정과 봉사의 정신을 실천하기보다 특권 의식이나 집단 이익에 매몰돼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 불신은 그렇게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우리 사회 전체가 마치 세계가 알지 못한 신종 감염병에 걸린 듯하다.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완벽한 구조를 갖춘 집이 아니었다. 조선 성리학의 실천 덕목인 충(忠)·효(孝)·예(禮) 위에 일본식 행정체계를 얹고 대륙법을 골격 삼았다. 중국·일본식 방과 거실에 미국식 주방과 화장실을 들여온 셈이다. 산업화 시기에는 생활상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경제 성장에 매진했다. 이제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표현의 자유가 확장되자 그간 억눌렸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치를 통해 이 갈등을 치유해야 할 지도층이 포퓰리즘 중독 상태라는 점이다. 법치를 조롱하고 사법을 희화화하며 법꾸라지 행태를 방조한다. 항생제가 돼야 할 사법체계를 자기편을 위한 소모품처럼 여기니 국민이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인 원인을 연구하고 신약을 개발하기는커녕 그저 리베이트가 많은 복제약 처방에만 골몰하는 꼴이다.

국가라는 몸 전체가 병들었는데 의료만 뚝 떼어 수술하겠다는 발상은 한계가 분명하다. 전문가 집단이 직업윤리를 회복하고 정치와 행정이 제 역할을 찾아야 비로소 의료정책도 제도적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을 중환자실에서 먼저 구해내야 의료체계 역시 온전한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와 가난을 극복해 자유민주주의를 이루고 경제 성장까지 달성했다. 세계사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다. 지금 우리가 먼저 겪고 있는 이 신종 감염병은 언젠가 다른 국가들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지혜롭게 이 위기를 돌파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고도화한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보와 인내, 책임감이다. 극단적 확증 편향과 증오를 잠시 내려놓고 국가라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전문가와 시민, 정치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신종 감염병을 극복해낸다면 대한민국은 한층 성숙하고 강인한 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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