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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싸움 막는 현명한 상속, 유언대용신탁

입력 2025-02-02 18:10   수정 2025-02-03 00:32

상속은 누군가의 생애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할 수도,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프라이빗뱅커(PB)로 일선에 있다 보면 고객이 사망한 이후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빚어지며 상속인 간 감정이 격해져 의좋던 사이가 망가지는 모습을 종종 접한다.

이런 현실적인 갈등이 많은 만큼 최근 주목받는 제도가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본인 사망 이후 자산 수익자와 분배 방법 등을 명확히 지정해 금융회사와 신탁 계약을 맺는 것이다.

큰 틀에서는 유언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금융회사와 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다툼을 피할 수 있다. 유언이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방식마다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유언은 일부 내용의 변경으로 전체 효력을 상실할 위험을 지니지만, 유언대용신탁은 변경 계약만으로도 손쉽게 내용을 바꿀 수 있다.

둘째, 여러 세대에 걸쳐 수익자 지정이 가능하며 1차 수익자 사망이라는 경우의 수까지 미리 준비해 둘 수 있다. 셋째, 계약자 사망 이후 신탁계약서에 따라 금융회사의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고 유언에 비해 법적 분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금융회사는 공증받은 유언장을 피상속인에게 제시받아도 그것이 최종 유언장으로서 효력이 있는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 상속인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유언대용신탁은 그런 문제를 피해 금전을 신속하게 집행하도록 해준다.

‘상속’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작지 않다. 영원한 삶이 존재하지 않고 언젠가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후 재산 분배가 가족들의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고 나의 유지(遺志)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 유언대용신탁은 그것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박현선 국민은행 잠실롯데PB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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