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형과 수면 상태에 따라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베개로 2022년 혁신상을 받은 메텔도 4억원 가까이 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2023년 6월 끝내 사업을 정리했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티이이웨어 같은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스타트업 업계에선 ‘CES 혁신상 입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 타기 경쟁만 치열하고, 공무원들은 스타트업 지원이라는 치적만 쌓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9년만 해도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은 7곳에 불과했다. 그러다 2021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하면서 올해 CES 혁신상을 받은 국내 벤처·창업 기업은 총 127곳으로 지난해(116곳)보다 11곳 늘어났다. 혁신상 수상 전략을 위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 수상 실적이 있는 기업의 멘토링에다 혁신상 신청 비용(500달러)까지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 부산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전시회 참가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 금액이 최대 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ES 혁신상 만들기’에 대해 스타트업 및 VC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문제로 지적하는 건 스타트업이 정부와 지자체의 치적 쌓기에 동원되고 있는 관행이다. VC업계 관계자는 “한국식 입시문화가 스타트업 업계에선 ‘혁신상 입시’라는 우스꽝스러운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혁신상 수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온갖 ‘스펙’을 동원하고 정작 중요한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도외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상을 받는 것 자체보다는 오히려 CES 참가를 계기로 글로벌 VC와의 접점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이 더 절실하다”며 “정부, 지자체 모두 혁신상을 받고 나면 그 이후에 대해선 아무런 지원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혁신상을 받은 기업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 등 주요국과 달리 혁신상을 수상한 한국 스타트업은 사실상 ‘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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