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기반 일자리가 노동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일본에서는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 초단시간 틈새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폿워커(Spot Worker)’가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인력 감소, 고용 불안, 원격근무 확산,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이 맞물리면서 기존의 긱워커를 넘어 새로운 흐름이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점심시간 세탁소 스태프 모집. 12시10분~14시20분 2060엔” 일본의 ‘타이미(Taimee)’ 앱을 켜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공고다. 대기업을 그만둔 40대 여성 사토 씨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뒤 소바 가게나 편의점에서 한 시간 정도 일하고 용돈을 번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오치아이 씨는 출퇴근길에 하루 두 시간씩 특정 지점에 회수된 렌털 휴대폰 배터리를 사용자가 많은 지점으로 옮기는 일을 한다. 배터리 한 개당 운송비로 50엔(약 500원)을 받는다.
최근 일본에서는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초단기 알바 매칭(중개)으로 해결해주는 스폿워크 앱이 유행이다. 4일 일본 스폿워크 최대 플랫폼인 타이미에 따르면 해당 앱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2021년 12월 2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3년 만에 다섯 배로 급증했다. 가입자가 급증한 덕에 타이미는 창업 10년 만인 지난해 7월 도쿄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가 시가총액 1000억엔 이상을 기록한 성공적 사례다. 스폿워크협회에 따르면 타이미, 셰어풀 등 초단기 일자리 중개업체 4곳의 등록회원이 지난해 9월 기준 2500만 명을 돌파했다. 시장이 커지자 라인야후, 퍼솔 등 대기업도 스폿워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도 스폿워크의 빠른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서류 작업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일본에서 이력서나 별도 면접 같은 번거로운 채용 절차 없이 휴대폰에 개인 정보만 등록하면 AI 추천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매칭해 주는 게 큰 장점이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서로 평가한 데이터를 공개한 것도 일자리 매칭 만족도를 높인다. 응모 조건에 경력·스킬을 기재하고 이전에 받은 평가를 미리 볼 수 있어 미스매칭 확률이 낮다. 업무 종료 직후 임금을 바로 지급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기업으로서도 갑작스러운 결원, 성수기 일시 일손 부족 등에 대비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이런 장점 덕분에 노동시장에서 스폿워크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요양 분야에서 스폿워크를 정책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올해부터 요양 사업자가 타이미 등 중개 앱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초단시간 근로자 급증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취업자(자영업자 포함)는 2023년 대비 14만2000명 급증한 174만200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돼 인건비 부담이 훨씬 덜해 사업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소현 퍼솔켈리컨설팅코리아 전무는 2025년 주목할 트렌드로 ‘단축 근로 정규직 채용 확대’를 꼽았다. 김 전무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해 잔업을 줄이고 자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AI 기술 성장과 함께 스폿워크가 한국에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스폿워크
장기 고용에 관계없이 단시간·단발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본어로 ‘틈새’를 뜻하는 ‘스키마’와 아르바이트를 합쳐 ‘스키마바이트’(틈새 알바)라고도 한다.
곽용희/정영효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