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간 이어진 의정 갈등 사태 여파에 대해 이렇게 총평했다. 정부의 의료개혁안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뒤 남은 의료진과 직원들은 ‘번아웃’ 상태다. 다음달부터 봄철 전공의 수련(봄턴)이 시작되지만 복귀하겠다는 의사는 극소수다. 진료가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겪는 병원도 늘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3월 의료대란설’이 퍼지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1년간 전공의 절반 정도가 일반의로 취업해 의사 생활을 하면서 돈 버는 경험을 했다”며 “이들이 다시 대학병원으로 돌아와 고된 전공의 생활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과, 영상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처럼 전문의가 돼야 개원 시장에서 몸값이 높아지는 일부 전공을 제외하면 전공의가 거의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3월이 되면 또 다른 고비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원이 대폭 늘어난 의대생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년간 현장을 지킨 펠로 재계약도 대부분 3월부터다. 계약 갱신일이 도래한 대학병원 소속 전임의 상당수가 재계약을 포기하고 종합병원 등으로 이직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들이 인력을 보충해야 하지만 배출되는 신규 의사와 전문의가 거의 없어 ‘인력 풀’마저 바닥났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는 269명으로, 작년 3045명의 8.8%다.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566명으로, 전년도(2782명)의 20.2%에 불과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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