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감감' 남은 의료진은 '번아웃'…"대학병원 3월 고비"

입력 2025-02-04 18:06   수정 2025-02-05 00:17

“국내 대학병원들이 집단 우울과 무기력증에 빠졌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간 이어진 의정 갈등 사태 여파에 대해 이렇게 총평했다. 정부의 의료개혁안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뒤 남은 의료진과 직원들은 ‘번아웃’ 상태다. 다음달부터 봄철 전공의 수련(봄턴)이 시작되지만 복귀하겠다는 의사는 극소수다. 진료가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겪는 병원도 늘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3월 의료대란설’이 퍼지는 상황이다.

인턴 복귀 ‘극소수’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국내 221개 수련병원에서 지난해 사직 인턴 2967명을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근무할 인턴을 모집했지만 신청한 의사는 드물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직 인턴이 100여 명인데 전날까지 원서를 낸 인턴이 두 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19일 마감된 레지던트 지원도 부진했다. 레지던트 지원자는 모집 정원(9220명)의 2.2%인 199명에 불과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1년간 전공의 절반 정도가 일반의로 취업해 의사 생활을 하면서 돈 버는 경험을 했다”며 “이들이 다시 대학병원으로 돌아와 고된 전공의 생활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과, 영상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처럼 전문의가 돼야 개원 시장에서 몸값이 높아지는 일부 전공을 제외하면 전공의가 거의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번아웃’ 호소하는 현장 의료진
지난달 31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는 1171명이다. 의정 갈등 직전 정원(1만3531명)의 8.7%만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는 교수와 전임의(펠로), 진료지원(PA) 간호사 등은 극심한 피로 누적을 호소하고 있다. 원로 교수까지 당직에 동원되던 작년보단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상당수 교수는 수술과 외래 진료, 병동 당직근무로 이어지는 고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3월이 되면 또 다른 고비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원이 대폭 늘어난 의대생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년간 현장을 지킨 펠로 재계약도 대부분 3월부터다. 계약 갱신일이 도래한 대학병원 소속 전임의 상당수가 재계약을 포기하고 종합병원 등으로 이직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들이 인력을 보충해야 하지만 배출되는 신규 의사와 전문의가 거의 없어 ‘인력 풀’마저 바닥났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는 269명으로, 작년 3045명의 8.8%다.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566명으로, 전년도(2782명)의 20.2%에 불과하다.
커지는 환자 고통
환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가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초진조차 예약하기 어렵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공의에 의존하지 않던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입원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환자들이 중소병원을 찾는 ‘뉴노멀’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24일 국내 의료기관 입원 환자는 9만6694명이었다. 의정 갈등 직전 평일(9만5981명)보다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