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이 바이오 기술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난치병 신약 개발 사업에 뛰어든다.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는 AI 헬스케어 전쟁에 참전을 선언한 것이다. 2029년 1484억달러(약 215조원)로 커질 AI 의료시장을 LG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그리는 ‘ABC’(AI·bio·clean tech) 전략이 하나둘 구체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LG AI연구원은 백 교수팀과 협력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단백질 다중 상태 구조 예측 AI를 연내 개발하기로 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은 희소질환의 원인을 찾아 신약을 개발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관련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LG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약 개발은 물론 무병장수의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가 미국 유전체 연구기관인 잭슨랩(JAX)과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병 인자 발굴 및 신약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초부터 잭슨랩과 함께 알츠하이머병 및 암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예측 AI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AI를 접목한 신약 개발은 구 회장이 슬로건으로 내세운 ABC 전략에서 A(AI)와 B(bio)를 동시에 벌이는 사업”이라며 “구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난치병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 개발’을 핵심 미래사업으로 꼽는 등 바이오 사업 육성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AI 자회사 딥마인드를 통해 단백질 예측 AI인 ‘알파폴드’를 개발한 후 성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2023년 출시한 후 생태계 확장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라이 릴리, 모더나, 사노피 등 글로벌 빅파마는 오픈AI 등 생성형AI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업계에선 LG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AI(LG전자 및 LG AI연구원)와 바이오(LG화학) 사업을 동시에 벌이는 몇 안 되는 회사여서다. 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AI 모델 ‘엑사원 3.5’는 구글 ‘젬마2’나 메타의 ‘라마3.1’보다 장문 처리 능력, 코딩, 수학 분야에서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화학은 2012년 국내 최초로 당뇨병 치료제(제미글로)를 자체 개발하는 등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 대장’으로 꼽힌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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